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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묘한 타이밍' 고용부의 외국인 근로자 단속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7.04.12 13:43:36
[프라임경제] 외국인근로자법(외고법)에 명시된 대로 민간 직업소개소의 외국인 취업알선을 단속하겠다는 내용의 고용노동부(고용부) 공문이 지난달 초 전국 1만5000여개 직업소개소에 뿌려졌다.

20년간 사실상 방치하다가 갑자기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자 관련 업계와 협회는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일명 '조선족'이라 부르는 재중동포는 65만명가량으로 내국인 기피업종 대부분에 종사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업종은 간병, 건설 분야다. 

간병은 24시간 근무해야 하고 환자의 온갖 시중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내국인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생명과 직결된 간병업종에 재중동포가 사라진다면 대참사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건설업종 역시 매일 약 25만명 이상의 재중동포가 종사하는데 이들이 사라진다면 산업은 마비되고 말 것이다. 

고용부는 공문 말미에 '자율시정 기간이 종료된 이후 고용관리과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계하여 점검을 실시할 예정임을 알려드리니 이점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했다.

누가 봐도 자율시정 이후 대대적인 점검이 이뤄진다고 인지할 만한 내용이지만 고용부는 전국 모든 직업소개소를 점검할 행정인력도 없고, 갑작스런 단속으로 주요 산업에 끼칠 영향도 염려되는 만큼 당장 점검에 나서진 않는다고 전한다.

또한 20년간의 관행을 한 번에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를 완충할 구체적 대책 논의나 제도 마련도 아직 없다고 한다. 점검한다고 단정한 공문과 고용부 담당 공무원의 얘기가 명확히 엇갈린다. 

민간 직업소개소가 외국인 취업을 알선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이미 20년 관행으로 여기던 것을 하루아침에, 그것도 고작 3주가량의 자정기간을 주고, 점검·단속한다는 것은 단순한 행정적 성실함이나 정의감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무런 행정적 대안도 없이 하지도 않을 단속을 한다고 겁주는 '액션'을 취하는 고용부의 저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대선을 앞두고 보여주기식 쇼다' '중국의 한한령에 대한 보복이다' 등의 루머가 도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물론 고용부는 조기대선 확정 전에 이미 논의된 것이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잘 보이기식' 행정쇼가 아니라며, 오히려 대선을 앞둔 와중에 일부러 했다면 외고법을 완화하고자 했을 것이라 반박한다. 여기 더해 그저 묘하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얘기한다.

올 초부터 시작된 탄핵정국으로 대통령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에 고용부는 20년이나 묵힌 외고법 단속이란 녹슨 칼을 꺼내들기로 논의하고 대통령 탄핵 며칠 전에 공문을 뿌렸다. 
 
고용부 관계자의 말처럼 정말 묘하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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