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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코치의 주도성

 

허성혜 코치 | trueheo@coachingi.com | 2017.04.12 16:46:15

[프라임경제] 가끔 어머니와 어떤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언성이 높아지곤 한다. 진실(fact)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어머니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나 또한 언성이 높아진다. 사소한 이야기로 시작된 고성(高聲)은 곧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이런 대화는 꼭 누군가가 화를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지 끝이 난다.

누군가와 열띤 이야기를 마치고 온몸에 진땀이 날 정도로 기진맥진할 때도 종종 있다. 대상은 때론 가족, 친구, 동료, 고객이 된다. 내 입장에서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시간, 열정, 돈, 에너지를 다 투여해서 해결해줬다고 생각하는데 다음날 본 상대방의 표정이나 결과는 반대를 말하는 경우가 있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고 서로 다른 꿈을 꾸는 기분이다. 과연 뭐가 잘못된 걸까?
 
자신에 대한 '자기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 또한 35년간 의심한 적도 없이 자기 이미지를 독립적, 주도적이라고 생각해왔다. 주변 사람들에게 늘 듣는 피드백도 물론 그러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예외가 있었는데 그건 아주 가까운 지인, 남편으로부터 받은 피드백이었다. 주도적이고 독립적이어야 할 내 모습에 대해 남편은 결혼 후 한참 지난 어느 날 "너는 굉장히 의존적이야"라고 말한 것이었다.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한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와 급기야 싸움까지 번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는 주도적인 행동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주도적(proactive)인' 사람들은 우선 멈춘 다음, 원하는 결과를 고려해 원칙에 따르는 반응을 선택하는 자유를 갖는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그들이 갖는 선택의 자유는 확대된다.

이에 반해 그가 정의하는 '반사적(reactive)인' 사람들은 외부의 영향, 분위기, 감정, 상황에 따라 반응한다고 한다.

이건 영락없이 주변사람들과 소통할 때마다 뭔가 핀트가 안 맞는 느낌이 든 최근 내 얘기다. 이상하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주도적'이라는 단어 의미와 갭(gab)이 느껴진다.

더 놀라운 건 반사적인 행동에는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고, 결과에 대하여 후회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알고 있던 '주도적인 나'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나는 유난히 좋아하는 특정인에 대해 정이 많고 헌신적이었다. 쉽게 '내 사람'이라는 테두리를 만들지는 않지만 한 번 그 울타리 안에 들어오면 웬만해서는 절대적 신뢰와 지지를 멈추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 단짝친구는 나와 정 반대의 성격이었는데 빠르고 당찬 구석이 있는 나와 느리면서도 이해심이 많은 친구의 단짝 구성을 사람들은 '덤앤더머'라고 부르기도 했다. 대학시절 만나 14년째 우정을 나누고 있는 절친은 나의 '위로의 아이콘'이 되었고 나는 그 친구의 '동기부여자'가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원하지만 가지지 못한 부분을 가진 상대를 보면, 이상화된 자기이미지를 투영해 '구원자'로서 나를 사랑해주고 돌봐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는지도 모른다.

7H의 원칙중심에는 '공정한 대인관계'가 포함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 사람'을 감싸려는 특별대우가 공정하지 못한 대인관계를 형성했을지 모른다는 작은 깨달음이 생겼다.

상대방에 의한 원인제공도 갈등을 일으켰겠지만, 무의식적인 내 태도 역시 빌미를 줬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분노는 부끄러움으로 금새 바뀌었다. 

이 또한 주도적인 행동이 아닌 반사적인 행동임이 명확해지니, 작년 말 2017년 코치 되기 목표로 세운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내 유익과 편의를 위해 의도를 갖고 사람들을 '조종'하려 하지 말고(ego-less), 프로다운 자세로 상대방에 집중해야 함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스티븐 코비는 인간의 4가지 천부능력으로 자아인식(생각, 기분, 행동을 검토해볼 수 있는 능력), 상상력(경험이나 현실을 뛰어넘어 마음속에 그려볼 수 있는 능력), 양심(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 독립의지(외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해서 행동할 수 있는 능력)를 말한다.

그리고 나서 그 유명한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Stop-Think-Choose' 이론을 말했다.

기대하지도, 기대지도, 휘둘리지도 않는, 온전히 자신으로 존재하겠다는 것이 결국 내려놓음(ego-less)이었다니….  

코치 되기 주도성 목표를 다짐해보며 불경 '숫타니파타' 중에 있는 구절 하나를 되새겨본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허성혜 코치 / (현) 코칭경영원 선임연구원 / (전) 한국코칭센터 선임연구원/ (전) 굿네이버스 홍보마케팅 대리 / 저서 '(ebook)투루언니의 직장생활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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