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슬로건:영광 또는 흑역사 제조기

2017-04-18 16:16:40

- GS칼텍스 뜨고 한전·현대제철 고개 떨군 '한 문장의 힘'



























[프라임경제] 슬로건은 대중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쓰이는 짧은 선전 문구로 감성적이고 단순할수록 대중에게 강한 암시를 줄 수 있다. 특히 대중이 동요하고 있거나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일 때 슬로건이 발휘하는 호소력은 엄청나다. 이것이 기업과 정치권이 슬로건 제작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내달 9일 치러지는 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유력 후보들이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17일 일제히 공식 포스터와 슬로건을 공개했다. 지지율 상위 5명 후보들의 슬로건은 정책방향을 유추할 수 있는 힌트인 동시에 표심을 움직이고자 하는 목적이 담겨 있다.

훌륭한 슬로건이 기업과 특정 인물을 얼마나 돋보이게 하는지는 일일이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반대로 부적절하거나 아예 의미가 왜곡될 소지가 있는 슬로건은 치명적인 '흑역사'로 남을 수 있다.

일례로 수년 전 한 매체가 전문가 20여명의 자문과 설문을 통해 30대 기업의 슬로건을 평가한 결과 최고점은 GS칼텍스의 'I am Your Energy'가 차지했고 한국가스공사(036460)의 슬로건 '고객과 함께하는 글로벌 KOGAS'와 한국전력공사(015760)의 'New Start, Again KEPCO'는 최하점을 받아 대조를 이뤘다.

특히 평가단 일부는 한국전력 슬로건에 대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공사 사무실 표어 같은 느낌" "직원 단합대회에서 쓸 문구를 대외 커뮤니케이션 무기인 슬로건으로 쓰는 무례함을 참을 수 없음" 등 송곳 같은 지적을 쏟아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대명리조트의 오션월드와 현대제철(004020)도 애매한 영문 슬로건 탓에 입길에 올랐다. 오션월드의 'Feel the Climax(클라이막스를 느껴라)'는 워터파크의 짜릿한 즐거움을 강조하려던 의도였지만 단어 선택에서 일부 오해를 샀다.

'클라이맥스'라는 단어가 영미권에서 주로 성적인 쾌락의 의미로 통용된다는 것이다. 포스터 역시 비키니가 연상되는 차림의 여성 모델이 등장해 부담스러운 상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과거 현대제철의 슬로건이었던 'Steel Innovation(철강의 혁신)'은 'Steel'의 발음이 'Steal(훔치다)'과 같다는 점에서 오해 소지가 있었다. 글이나 이미지로 읽어보지 않는 이상 '(남의)혁신을 훔치다'라는 전혀 엉뚱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은 '철 그 이상의 가치창조'로 슬로건이 교체됐다.

슬로건은 아니지만 발음 때문에 빚어질 수 있는 오해는 롯데제과 아이스크림 '위즐'도 마찬가지다. 월래는 'We(우리)'+'즐(거움)'을 합친 말이지만 영어권 소비자에게는 '족제비(Weasel)'를 먼저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보스턴 칼리지 출신의 번역가 네이슨 드보아는 "슬로건은 제품과 기업의 얼굴인 동시에 국가 이미지"라며 "잘못된 슬로건은 웃음거리가 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해외투자자나 정치적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좋은 슬로건의 조건은 무엇일까? 마케팅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을 모아보면 크게 여섯 가지 정도가 꼽힌다. 좋은 슬로건이 되려면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하고 슬로건을 통해 해당 제품이나 기업, 사람을 연상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좋은 암시를 주며 적절한 리듬감을 갖춰야 한다. 대중의 공감을 사는 동시에 독창적인 표현도 중요하다.


이수영 기자 lsy@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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