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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갈팡질팡 결정장애' 혼란 키운 국민연금

 

전혜인 기자 | jhi@newsprime.co.kr | 2017.04.19 15:40:12

[프라임경제]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이 한숨 돌렸다. 지난 17~18일 사채권자집회를 통해 1조3500억원의 회사채의 50% 출자전환 및 3년 만기 연장에 대한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는 데 성공한 것.

남은 것은 2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보유자들에 대한 동의 절차지만 회사채에 비해 규모가 작아 그리 어렵지 않은 절차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위기를 넘기고 나면 대우조선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2조9000억원 상당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아 자율적인 회생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사채권자집회를 통해 참석자 기준 99% 이상의 높은 찬성률로 압도적인 가결을 이뤄냈으나 바로 당일까지도 어떻게 될지 예측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전체 회사채 중 30%가량(약 3900억원)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전날까지도 찬반 여부를 두고 장고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사채권자집회가 예정된 지난 17일 당일 새벽에야 채무조정안에 찬성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초부터 예정됐던 투자위원회를 미루고 미뤄 전날인 16일 밤에야 개최하고 그나마 회의도 고심을 거듭한 끝에 자정을 넘기고 나서야 발표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물론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기관인 국민연금이 철저히 심의한 후 최대한 손실을 피하려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우조선 회사채의 약 70%를 차지하는 기관투자자들은 대우조선의 입장을 기다리다가 당일까지 혼란이 가중된 것.

국민연금은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외압 때문에 손실을 예상하고도 찬성했다는 의혹이 재조명되면서 전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 그 이후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를 통해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 안건이 발표된 직후부터 국민연금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시간을 연기하기 위한 안건만을 제안했다.

특히 대우조선이 이달 당장 갚아야 하는 회사채 4400억원을 우선 상환할 것을 요구했다가 산업은행이 이를 거절하자 오는 7월로 상환 일자를 미루고 채무재조정 역시 그 이후로 연기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차기 대선 이후에 맞춰 해당 안건에 대한 결정을 미루려고 시도한 것이다.

당시 지난주 초 리스크관리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차례로 개최하고 채무재조정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결국 일주일을 꼬박 연기하는 바람에 국민연금의 입장을 기다리던 다른 기관투자자들은 내부 회의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국민연금의 입장을 그대로 따라갔다.

비슷한 일이 최근에도 있었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연임에 대해서도 '중립' 의견을 낸 바 있다. 중립 의견은 다른 주주의 찬반 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으로, 포스코 지분 10.88%(의결 당시)을 보유한 대주주로서 책임을 면피하려는 소극적 결정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보다는 자신들이 더 이상 욕을 먹지 않기 위해 이만큼 고심하고 있다는 보여주기식 노력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대우조선의 회생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주식거래가 재개되지 않는다면 이번에 출자전환된 50%의 회사채가 휴지조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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