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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조기양 前 MBC스포츠 대표이사 | press@newsprime.co.kr | 2017.04.22 18:24:43

[프라임경제] 배우 더스틴 호프만의 약간 어벙한 표정이 인상 깊은 영화 '졸업'을 아시는가?

'졸업'은 더스틴 호프만이 처음 주연 출연한 영화로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던 영화다. 1967년에 처음 상영됐던 '졸업'이 첫 상영 50주년을 맞아 미 전역 700여개 극장에서 4월말 디지털 프린트 판으로 다시 상영된다고 한다. 

필자도 70년대에 그 영화를 봤다. 당시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국 상류사회의 그렇고 그런 일면을 보여 준 영화다. 영화 주제곡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스카보로 페어' 등은 지금 들어도 아름다운 노래들이다.

영화 '졸업'의 클라이막스는 일레인(캐서린 로스)이 애인이었던 벤자민(더스틴 호프만)의 충격적 과거를 알고 새로 사귄 남자와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교회 강단 앞에 선 신랑신부의 성혼을 선포하기 앞서 목사는 "이 결혼에 반대하는 사람은 지금 말해 주시오. 말하지 않는다면 무덤에 갈 때까지 말하지 마시오"라고 말한다.

이 때 벤자민이 교회로 뛰어들어 결혼을 반대한다고 소리치며 웨딩드레스 차림의 일레인 손목을 잡아끌고 교회 밖으로 도망간다. 처음 얼떨떨했던 일레인도 신이 나서 벤자민과 도망치다가 지나가던 버스에 함께 올라탄다.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침묵의 미덕. 세상에 워낙 별일이 많은지라 새로이 인생을 출발하는 신랑신부에게조차 뭐라고 한바탕 떠들어 주고 싶은 경우도 있겠지만 결혼식장에서 당당하게 반대를 외칠 일이 아니라면 평생 침묵을 지켜야 하는 게 인생사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 

요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메모 공개로 대선정국이 어수선하다. 송 장관의 말인즉슨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한민국이 기권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유엔 표결에 앞서 북한에게 '찬성할까요, 기권할까요'라고 물어 보았고 북한이 '기권하라'해서 노무현 정부가 기권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송 장관은 더 나아가 '이런 정부, 이런 사람들과 계속 일을 해야 하나', '이러려고 내가 장관이 됐나'라는 자괴감이 들더라는 메모까지 공개했다(송 장관은 자괴감을 안고서 장관직을 3개월 정도 더 수행했다).

문재인 후보로서는 마른하늘에서 떨어진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됐다. 송 장관이 제2의 북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펄쩍 뛰고 있지만 문 후보 쪽에서 송 장관 메모를 결정적으로 뒤집을 물증을 내놓지 않고 있으니 유권자는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필자 역시 누구 말이 옳은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필자는 이와 같은 혼선이 절대로 재발하지 않을 확실한 방책은 제시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청와대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국가지대사를 결정할 때 참여하는 모든 국무위원들은 최종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소신에 따라 찬성과 반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둘째, 일단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무덤에 갈 때까지 절대 침묵을 지킨다.

이 방책을 법으로 제정하고 일목요연하게 '송민순法' 아니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法'이라고 부르도록 하자.

조기양 前 MBC스포츠 대표이사

※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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