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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못 갚은 빚, 갚지 않아도 됩니다?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7.04.26 16:54:54
[프라임경제] 우리나라에는 '개인회생제도'와 '파산면책제도'가 잘 갖춰져 한 해에도 수만명이 법원을 통해 정식으로 부채를 조정받거나 탕감받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빚을 갚지 못하는 취약계층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아직도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취약계층은 쏟아지는 빚 독촉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게 현실이죠.

인구 10만명 당 26.5명이 자살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1년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자살이유가 '경제문제'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자신의 형편과 다르게 과다한 빚을 진 채무자들에게 있지만, 빚을 권하는 사회와 이를 부추기는 금융시스템도 그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대출 채권에는 소멸시효가 존재하는데요. 은행이 대출을 해주면 대출 채권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 돈을 못 갚아서 연체가 생기면 이 채권은 부실채권으로 바뀌죠. 그리고 5년(소멸시효)이 지나면 갚을 필요가 없는 '죽은 채권'이 됩니다.

하지만 은행들은 소멸시효가 다가와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실채권을 한꺼번에 모아서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게 보통 채권 값의 5~10%도 안되는 헐값에 팔아버립니다. 어차피 받지 못할 돈, 채권 판매를 통한 소량의 수익이라도 얻기 위해서죠. 

그렇다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들은 왜 돈을 받지도 못하는 채권을 굳이 구매할까요. 여기에는 추심업무로 구매한 금액보다 더 큰 수익을 내거나, 싼 값에 구매한 채권을 비싼 값에 되파는 수익 창출 방법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000만원 대출 채권을 100만원에 사서 이자까지 다 받는다고 가정하면, 10명 중 1명에게만 받아내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죠. 

일부 대부업체 등 추심업체는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곤 하는데요. 만약 '빌린 돈 갚으세요. 지금 10%라도 갚으면 원금 50%를 감면해드릴게요'라는 회유 아닌 고약한 독촉을 받았다면 무시하는 게 좋습니다. 

죽은 채권은 일부라도 갚을 경우 소멸시효가 연장돼 사라졌던 빚을 다시 갚아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 같은 채권 구조를 역이용해 채무자들의 빚을 갚아주는 은행도 존재하는데요. 바로 주빌리은행(Jubilee Bank·시민단체)입니다.

'주빌리'라는 용어는 구약시대의 이스라엘에서 50년마다 부채탕감과 함께 죄를 용서하고 노예를 해방시켜주는 기독교 전통인 희년(禧年)에서 유래됐죠.

실제, 주빌리은행은 소멸시효가 지나 헐값에 대부업체 등에 떠넘겨지는 부실채권을 사들이거나 기부받아 무상 소각하는 방식으로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 주고 금융취약계층에게 재무상담 및 경제교육을 지원합니다.

현재까지 주빌리은행을 통해 빚을 탕감받은 사람은 3만6000명, 소각처리된 부실채권은 총 6139억4612만원에 달하는데요. 이들은 성금을 모아서 올해 안에 1000억원의 빚을 탕감시킬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주빌리가 시작한 부채탕감 운동은 일반 금융사에까지 번지고 있는데요. 최근 신한은행은 채무자가 갚지 못한 채 5년을 넘긴 죽은채권, 4400억원어치를 직접 소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혜택을 보는 채무자는 개인사업자를 포함해 1만9424명인데요. 국내 시중은행에서 일반 개인채무자들의 시효만료채권을 소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다른 시중은행들이 동참할 지도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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