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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입하면 레드카드?" 카드모집인 산재 가입 외면하는 카드사

 

김수경 기자 | ksk@newsprime.co.kr | 2017.04.26 18:19:55
[프라임경제] 며칠 전 모 지역에서 A카드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점장의 제보가 왔다. 제보의 주제는 유독 A카드사만 카드 모집인의 국가 산재보험 신청을 꺼린다는 것.

이 지점장은 "현재 신규 사업자의 가입신청서를 받을 때 함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받는 중"이라며 "A카드는 자사가 든 단체보험이 있기에 산재보험 가입에 대한 선택권을 카드 모집인에게 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A카드사는 이러한 제보를 전면 부인했다. 준법정신이 누구보다 철저한 카드사임을 강조하며 굳이 나라에서 정한 법을 어길 필요가 없다면서 말이다. 

A카드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절대 지시한 적 없지만, 모든 대리점을 일일이 살필 수 없어 생긴 일 같다"며 "법 시행 전에 대리점장들을 모아 교육했지만, 이후 이런 일을 방지할 제대로 된 교육이 없었다"고 자인했다.

이는 A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실제 카드 모집인이 속한 특수고용직은 자영업자도, 근로자도 아니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3월 산재 시행령과 고용보험 및 산재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보험료는 사업주와 종사자가 절반씩 부담하는데,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카드 모집인이 최소 3070원의 보험료를 부담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데도 카드 모집인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저조하다. 카드사마다 다르지만, 가장 적은 비율은 20%, 많아 봤자 50% 정도다. 다른 금융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유난히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카드모집인 근속일수가 짧기 때문이다. 

B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모집인의 근속일수가 짧다 보니, 가입을 안 하는 모집인이 많다"며 "또 아주 조금이라도 돈을 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것이 카드사 잘못일 순 없다"고 일축했다.

C카드사 관계자 역시 "카드사 부담은 둘째로 치더라도 모집인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지만, 가입을 안 한다는 데도 카드사가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 없는 노릇 아니겠냐"고 같은 의견을 내세웠다.

이렇듯 안일한 카드사들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카드 모집인은 점차 줄어들지만, 아직 카드사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더욱이 이들 상당수는 주부 또는 취업준비생, 정년 퇴직자다. 즉, 카드모집을 통해서 당장 생계를 꾸리던 이들이 산재보험을 통해 민간보험에 없는 △휴업급여 △상병보상연금 △장해보상연금 △유족보상연금 지급 등 사고 발생에 따른 소득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 분명히 그들에게 희소식인 셈이다.

그러나 아직 모르는 카드 모집인이 더욱 많다. 위 A카드 사례처럼 지속적인 본사 모니터링이 없다 보니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한 카드 모집인은 "아무 것도 모르는 모집인들한테 일언반구 설명도 없기 때문에 산재보험이 되는지조차 몰랐다"고 토로했다. 

현실은 이렇지만 카드사들은 '근속일수가 짧다' '설명했는데도 원하지 않은 이가 더 많다'는 짧은 답변 하나로 애써 모집인들을 외면하고 있다.

이제라도 카드 모집인에게 필요할 수 있는 제도를 올바르게 안내하고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카드 모집인들에게 산재보험은 그들을 고통에서 구제할 회심의 카드이자 희망의 카드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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