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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야다시 벌일 기동성, 공정위의 서울 복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4.27 14:18:50

[프라임경제] 지금의 검찰이나 국민권익위원회(옛 부패방지위원회)에 해당하는 조선시대의 기관이 사헌부인데요. 사헌부 관원들은 공정한 법집행을 위해 일정한 시간에 모여 차를 마시며 안건들을 의논했다고 합니다. 이것을 '다시'라고 했다는데요. 

특히 물의를 빚은 바 있다면, 재상 이하 고위 신료나 부자 등 권세가 등에 대해서도 감시와 논박의 도마에 올렸지요. 특히 안건의 심각성이 큰 문제인물의 경우, 한밤중에 관원들이 급히 모여 논의 후 집에 가시나무 울타리를 쳐버리고 논죄를 했다고 합니다. 이 일종의 다시를 별달리 일러 '야다시'라고 했다고 합니다.

권한이 부여돼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하게는 그 힘을 공정하게 사용할 기상과 여건을 심적 그리고 물적 인프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야다시로 내용을 정리하고, 조사 내용에 문제나 오류가 없는지 서로 크로스체킹을 한 다음에 순식간에 불법과 불의를 들이닥쳐 처결할 수 있다는 이 시스템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의무를 위반한 대기업집단 소속 22개 집단 54개 회사를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는데요.

공정위는 이번 점검 때 27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115개 회사를 들여다봤다고 합니다.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기업집단 현황과 최대주주 주식 변동과 소유지배구조 관련사항 등 35개 항목에 대한 비상장사 중요사항을 누락하거나 지연·미공시했는지 여부를 집중 규명했습니다.

위반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누락공시가 78.5%로 가장 많았으며 지연 공시는 16.9%, 허위공시는 4.6%였다지요. 항목별로는 이사회 운영현황 공시의무 위반이 27.7%였으며 임원현황 16.9%, 특수관계인과의 상품·용역거래현황 12.3% 순이었답니다. 

문제를 일으킨 기업들에 이번에 부과된 과태료를 합치면 총 2억1893만원이라 합니다.

종종 보이는, 사실상 해마다 반복되는 뉴스입니다. 이렇게 공정위가 과태료를 무기로 단속을 해도 이 공시 관련 문제가 일소되지 않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일단 과태료가 무서운 정도보다 이런 문제로 볼 이익이 더 크다는 점이 첫째겠지요. 아울러, 공정위가 아무리 열심히 검사를 해도 문제를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나 하나쯤이야' 심리도 크게 작용하는 모양입니다.

물론 이번 장미대선 이후 공정위에 힘이 실릴 가능성은 큽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공정위를 전면 개혁하고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고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공정위 독립성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으로 기업의 문제를 실효성있게 책임 추궁할 수 있게 한다는 아이디어를 내놨죠.

하지만 이렇게 힘이 더 실리는 것도 좋지만, 편의성과 기동성에 대한 보강도 절실해 보입니다. 

하물며 일설에는 기록만 잘 챙겨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공시 관련 비리 적발도 이렇게 공정위가 힘을 못 쓰는데 막상 들이닥쳐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높은 사안들은 어떨까요? 공정위가 세종시에 틀어박혀서 일을 100% 잘할 수 있겠는지 그 점이 대단히 염려스럽습니다.

다른 공약 문제, 세종시의 행정수도 기능 문제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이나 국회 등은 이미 내려간 정부 부처들과의 협력, 상징성 문제 등에 따라 세종시로 이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공정위 등처럼 일부는 오히려 다시 세종시에서 서울로 돌려놓는 법을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요? 

전광석화처럼 야다시를 벌일 수 있는 사헌부와, 세종 청사에서 출발한 뒤 한참 후에야 기업체 문턱을 밟을 수 있는 공정위의 차이가 이번 공시 관련 비위 적발 뉴스에 겹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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