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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거복지 공약? 청년은 '지·옥·고' 탈출을 꿈꾼다

 

이준 기자 | llj@newsprime.co.kr | 2017.04.27 14:33:16

[프라임경제] 지난해 TV에서 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제목은 '지·옥·고'. 최근 청년들의 흔한 주거형태인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줄인 말이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터여서 목돈인 보증금을 마련하기가 버거운 게 현실이다. 이런 이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주거지가 바로 '지·옥·고'인 것이다.

19대 대통령선거를 보름 앞둔 지난 24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주택정책을 발표하면서 유력 정당 후보들의 주거 공약이 모두 제시됐다.

후보들은 다량의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청년층에게 우선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공약들은 19대 대통령이 누가되느냐에 상관없이 청년 주거불안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게 한다.

대선 주자들의 임대주택 공약은 월세가 '시세보다 낮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청년들은 시세보다 '얼마나' 낮은지 혹은 상한 월세는 얼마인지가 더 궁금하다. 예를 들어 시세보다 10% 낮다고 가정해보자. 시세가 월세 50만원이면 청년들은 매달 45만원의 주거비를 지출해야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20대 평균 월급은 약 130만원이다. 이런 청년들에게 45만원의 주거비 지출은 큰 부담으로 다가와 임대주택마저 외면할 것이다.

한편 대선 후보들은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가야만하는 주거지인 '지·옥·고'를 변화시키는 문제에는 등한시하고 있다.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1인가구 최소 주거면적은 14㎡. 고시원은 이 크기의 절반도 안되는 게 대부분이며, 원룸 중 다수의 물량은 고시원과 비슷하거나 조금 큰 정도다.

반지하는 1970년대 북한과 적대적인 관계가 이어지던 시기, 서울 각지에 방공호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지하 공간이다. 이곳에 가난한 사람들이 세 들어 살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반지하 주거형태가 고착화됐다.

지상층 주택을 구하기 위한 보증금과 월세로 반지하로 내려가면 다소 넓은 주거 공간이 확보된다. 하지만 습하고 통풍이 안돼 곰팡이가 많은 게 대부분이어서 생활을 하기 괜찮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청년들은 최소 주거면적도 확보되지 못한, 대피소로 활용 예정인 공간이 '싸다'는 이유로 들어가고 있다. 이 같은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최소 주거면적 확보' '반지하 주거환경 규제' 등과 같은 내용이 주거 공약에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지·옥·고 다큐멘터리에는 경제 위기로 일자리를 잃고 쪽방을 전전하는 일본 청년이 나와 "방이 어디든 살 곳이 있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구조를 닮아간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 일본 청년의 말을 20년 뒤 한국 청년들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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