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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TV토론과 '이미지선거'…5년 전을 기억하라

 

김정순 박사 | dallae2@hanmail.net | 2017.05.02 11:44:16

[프라임경제] 19대 대통령선거를 며칠 앞두고 정국이 요동을 치고 있다. 불안한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면서 분노와 감성의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선 TV토론에서는 저급하고 거친 막말이 쉴 새 없이 오간다. 정책 검증은 오간데 없고, 저마다 '이미지' 부각에만 열을 올리는 형국이다.

상식과 기존의 틀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여러 현상들이 이번 대선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선거법상 3일부터 선거 당일까지 일주일간 여론조사 결과를 밝힐 수 없기 때문에 2일 치러질 마지막 TV토론이 특히 주목된다.

이번 대선 TV토론은 여느 때 보다도 많은 화젯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 매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거의 절반이 TV토론이 지지후보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응답자의 49%)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대상을 연령대별로 보면 19∼29세와 30대에서 TV토론으로 영향이 있었다는 응답이 각각 60.6%와 62.3%를 기록, 젊은 층일수록 TV토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TV토론은 미국을 비롯해 국내외의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는데 있어 정치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미국 대선에서 TV토론은 가장 중요한 승부처로 인식되면서 실제로 그 영향도 막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TV토론도 미국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2일 밤 벌어질 한 차례 TV토론만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후보자 별 정책공약이 무엇인지 혹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핵심공약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을지 의문이 든다.

연속적으로 이어진 TV토론을 모두 주의 깊게 지켜본 유권자라고 해도 관심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을 기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는 정책 중심의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반 유권자보다 상대적으로 정책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필자의 기억에도 이렇다 할 정책이 떠오르질 않는다.
 
TV토론별 특징을 언급 하자면 1차 SBS TV 토론에서는 후보 4명이 1위 후보를 향해 집중적으로 공세를 퍼부은 조각조각 장면들만 뇌리에 남는다.

2차 KBS TV 토론에서는 최초로 스탠딩 방식이 도입돼 5명 후보 모두 2시간 동안 서서 토론을 벌였다. '후보들 체력 확인만 했다'는 비아냥이 나왔고, 필자 역시도 다자간 토론에 스탠딩방식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3차(선관위 주최 1차)도 그다지 주목할 만한 특징은 없었다. 다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갑철수', 'MB 아바타'를 언급하면서 토론을 우스꽝스럽게 만든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 

4차 JTBC TV토론에서는 일명 '돼지발정제'를 두고 후보들이 치열하게 말다툼을 벌인 모습이 떠오르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걸러지지 않은 거친 표현이 매우 거슬렸다는 기억이 있다.

5차(선관위, 2차) 토론에서는 트럼프 사드 10억달러 요구와 관련, 후보들 간의 외교전략이 뜨겁게 공방을 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나라 TV토론은 정책 토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한마디로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 검증은 뒷전이고 순발력 있고 언변 좋은 후보가 유권자의 지지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심상정 후보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되는 것 같다. 

심 후보가 토론 이후 지지율 급등 후보로 등극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왜 그런지 패턴이 보인다. 한마디로 1위 후보와 2위 후보의 다툼을 지켜보면서 어느 부분이 상대의 약점인지, 공격 포인트는 어느 지점인지를 잘 파악해 양쪽 진영 후보를 모두를 한꺼번에 강하게 야단치는 방식으로, 마치 노련한 선생님 같은 역할을 한 것인데 의외로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TV토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느껴진다.

이런 현상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이미지 선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필자는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5위에서 4위로)에도 불구하고 TV토론의 승자라는 일부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승자라고 평가하는 일부 전문가나 언론 매체에 TV토론의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과 토론의 책임을 함께 묻고 싶다.  
 
TV토론은 후보 진영의 정책공약을 상대 진영의 후보와 유권자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서 후보 간 소통능력과 리더십 등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 받고 검증하는 자리인 것이다. 북핵, 사드 문제 등 여러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도 끊임없는 설득과 협치 능력을 절실하게 요구받게 될 것이다.

자칫 TV토론이 정책 검증이 아닌 이미지 토론으로 거짓말이든 뭐든 말만 잘하는 후보가 유리하게 된다면 국내외적으로 존경을 받는 그런 대통령을 만들기는 점점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지난 2012년 대선 TV토론에서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를 검증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결과는 참담했고, 그 응징으로 사상 초유의 국가 혼란사태를 정통으로 겪었다. 

이를 교훈 삼아야 한다. 같은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후보들이 정책보다는 이미지 경쟁에 올인하는 태도를 경계하며 평가해야 한다.

이미지 경쟁 과정에서 튀는 후보가 나올 경우 이미지 선거로 갈 수 있음을 경계하고 유권자들의 지혜로운 판단으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고루 갖춘 후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김정순 정치학 박사 /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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