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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선의 시대정신] 상업지상파의 잘못된 생존 본능

 

소정선 칼럼니스트 | sjseond@naver.com | 2017.05.04 15:33:29

[프라임경제] 이번 대선에 임한 각 주자들은 특정 세력에 의한 공영방송 이사회 장악 방지를 위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 이사추천 비율을 조정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등이 각자 내놓았다.

이 정도면 방송, 언론 혹은 미디어 문제에 관한 한 이미 정당 간 대통합이 이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대권을 잡더라도 향후 공영방송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상업방송은? 공영이 아닌 사영 지상파방송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시장경제 논리에 맡겨둘 것인가?

지난 2일 일어난 SBS의 세월호 보도 관련 참사는 우리나라 상업공중파방송의 행태와 관련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그 스스로 문제의 해결 방안을 암시해 준다. 결론부터 밝히면 우리의 현실에서 상업공중파방송은 득보다 실이 더 커 보인다. 적절한 통제책이 없는 한 오히려 상업지상파는 언론의 본질을 훼손하는 암적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SBS는 지난 2일 '8시 뉴스'에서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조사 나선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수부가 부처의 자리와 기구를 늘리기 위해 특정 후보와 손잡고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논란이 일자 SBS는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3일 오전 사과했다.

해당 뉴스는 익명의 해수부 공무원이 한 발언을 인용해 세월호의 인양이 고의적으로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부처의 이익을 위해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늦춰 차기 정권과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화면 제목에 아예 '거래'라는 단어를 못 박았다. 문제의 해수부 공무원은 "솔직히 말해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 후보(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라며 "문 후보가 약속한 해수부 2차관을 만들어주고 해경도 해수부에 집어넣고"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보도 직후 즉각 반발했다. 박광온 민주당 공보담당은 '공무원의 공작적 선거개입 시도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해수부도 "기술적 문제로 인양이 늦춰지긴 했지만 차기 정권과의 거래 등이 있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인양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없다"고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그러나 지금은 긴박한 대선 상황. 상대 후보들은 보도 참사를 호재로 이용하기 쉽다.  SBS는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3일 오전 3시35분경에는 관련 보도에 대한 해명 자료를 냈다. SBS는 "일부 내용에 오해가 있어 해명한다"며 "해수부가 문 후보의 눈치를 보고 인양을 일부러 늦췄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기사 내용과 정반대의 잘못된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후보 측과 해수부 사이에 모종의 거래나 약속이 있었다는 의혹은 취재한 바도 없고 보도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기사 본래 취지와 다르게 오해가 빚어지게 된 점 사과한다"고 말했다.

보도본부장 명의로 된 사과문에서도 "작성과 편집 과정에서 게이트키핑(데스크가 뉴스를 검증하는 과정)이 미흡해 발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식될 수 있는 뉴스가 방송됐다"고 상황을 요약했다. 내용과 사실에는 문제가 없는데 편집과정 '실수'였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많은  언론계 인사들은 SBS의 이번 참사를 '초등학생에게 첨단 무기를 쥐어준 결과가 빚은 상식이하의 어처구니없는 기사 조작'으로 규정한다.

우선 기사의 내용 전개과정에서 핵심주제와 관련된 논리적 연결이 전혀 없다. SBS는 해수부의 인양 지연을 비판하려고 했다고 변명한다. 그렇다면 인터뷰 내용은 '그동안 청와대 등이 해부수에게 빨리 인양토록 하라고 채근하거나 재촉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적거리는 자세를 취했고 행정부처로서는 주제넘게 나서서 빨리 하자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와 같은 내용이 나와야 상식이다.

인양 지연을 문 후보와 연결시키는 것은 초등학생이 봐고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야 빨리 인양되는 것이 정치적인 입장에서도 오히려 유리하다. 그런데 지연을 원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가 되지 않고 특정후보를 비난하려는 의도로 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방송사에서는 편집 과정에서 거르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변명하지만 누가 봐도 의도성이 보이는 '기사 조작'으로 보인다. 특히 3일부터는 여론조사 발표도 되지 않는 '깜깜이 선거기간'으로 언론의 일거수 일투족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터에 SBS의 이번 기사는 그 진의를 의심받지 않을 수 없다.

SBS의 고의 조작 우려에는 또 다른 증거가 있다. 바로 이 회사 노조의 성명이다. 성명은 "초고 때 담겼던 박근혜 정권 시절 인양 지연과 눈치 보기를 지적하는 문장과 인터뷰가 데스킹 과정에서 통째로 삭제됐다. 제목도 '인양 고의 지연 의혹'…다음 달 본격조사'에서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라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변경됐다. 기사 가운데는 해당 공무원의 음성을 빌어 문재인 대선 후보 측과 해수부가 조직 확대에 관한 약속을 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대목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노조의 확인 결과, 해당 취재원은 해수부 소속은 맞으나 세월호 인양 일정 수립에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 신뢰도에 대한 다른 기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언론인은 "당초 보도 문장만 봐도 사실이 정확하지 않고 취재원도 모호해 취재 및 문장 작성의 ABC가 안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노조 성명을 보니 그 느낌 그대로다. 보도윤리상 이렇게  중대한 비판 기사에는 당사자에게 답변의 기회를 줘야하는데 그것마저 없다. 윤리적으로 기사의 사실과 의견 구분, 사실 전모에 대한 정확한 취재, 익명 남용 등 많은 조항을 어겼다"면서 "법적으로도 명예훼손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중재위나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건으로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일부 양심적 언론인은 해당 기사를 쓴 이, 결재한 이의 기자 정신도 문제 삼는다. "취재기자는 무릇 자기가 올린 내용과 편집이 다르게 되면 항의해서 수정하는 게 당연하다. 이 기자는 문제가 되니까 자기는 처음에는 그렇게 쓰지 않았다고 책임 회피를 한다"고 상황을 본 이들은 개탄한다. 

화면에 '거래'라는 단어를 못 박아 놓고 뒤늦게 해명하는 회사의 태도도 최소한의 보도윤리도 없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런 내용을 종합하면 SBS는 방송의 본질, 뉴스의 취재와 핵심을 전혀 모른 채 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SBS는 이 사건 이전에도 잘못된 보도와 방송 태도로 국민들의 질타를 여러 번 받았다. SBS는 그간 △미니스커트 논란 △가슴 노출 논란 △루저 논란 △양배추 김치 논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워터마크 송출 사건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선정성이나 무책임한 편파보도 등, 공영방송이라면 있을 수 없는 보도 참사가 빚어진 것은 SBS가 통제할 수 없는 상업지상파방송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계에서는 "상업지상파는 사주 등 자본과 광고주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과연 지상파에 상업방송이 필요한지 이제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우려한다. 상업지상파 방송 존폐. 이제 대선 후 언론계는 또 하나의 숙제를 부여받았다.

소정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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