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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익명 보도' MBC, 국민수준 떨어뜨리지 않길

 

김정순 박사 | dallae2@hanmail.net | 2017.05.06 09:27:29

[프라임경제]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율이 26.1%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1107만 여명의 유권자가 사전투표에 참여, 이번 대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열망을 가늠케 했다.

이런 가운데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가 선거를 불과 3일 앞두고 국민의당이 제기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들 준용 씨 특혜 취업 의혹을 보도하면서 편파성 보도 논란이 일고 있다. MBC의 이번 보도는 국민의당 제보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방송 중 한국방송(KBS)과 서울방송(SBS)은 취재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번 건을 기사화 하지 않은 터라 MBC 보도의 진실성과 저의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MBC의 이번 보도 근거는 익명의 제보자 녹취음성이었다. 제보자의 신원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유권자와 시청자들은 방송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

선거를 목전에 둔 이 시점에서 '가짜뉴스'나 루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런 보도를 지상파방송이 굳이 보도해야 했는지, 대학에서 언론학을 가르치는 필자 입장에선 의아하기 짝이 없다. 더군다나 신분을 밝히지 않는 한 개인의 얘기를, 또 근거가 희박한 주장을 이 중차대한 시점에 기사화 한 점은 방송사가 특정 대선후보를 공격하려는 의도로 보여 매우 당혹스럽다.  

이번 보도 이후 "익명의 제보는 허위"라는 주장도 곧 이어 나왔다. MBC 보도가 틀렸다는 얘기다. 준용 씨와 미국 파슨스스쿨 동문이라는 이는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명을 밝히며 자신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닌 경우 자신을 고발해도 좋다고 했다.

대선후보에 관한 보도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철저히 공정해야 하고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전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실만을 다뤄야 한다. 때문에 국민들은 보도 내용의 근거를 알 권리가 있다.

이번 MBC의 보도는 무책임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제보자의 주장을 바탕으로 뉴스를 구성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만일 MBC가 이번 보도를 정당하다 한다면, 각 후보들에 대한 익명의 제보를 바탕으로 수백·수천·수만 가지 기사가 지상파를 통해 떠돌아다녀야 하지 않겠나. 요즘은 인터넷방송조차 익명의 제보나 근거 없는 주장을 경계하면서 자신들의 공정성을 담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자극적인 의혹을 부풀려 흠집부터 낸 다음, 나중엔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를 보이려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사건 진위 여부는 뒷전이고, 일단 특정 후보에 대한 표심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럴 수가 있겠나 싶다.

지난 2일에 벌어진 SBS 방송참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MBC에 묻고 싶다. SBS는 해양수산부의 공무원 녹취록을 익명으로 인용해 문재인 후보가 세월호 인양을 일부러 늦췄다며 개인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해 논란을 일으켰다.

다음날 해수부 확인에 의하면 해당 공무원은 해양수산부 3년차 7급 공무원으로 세월호 인양을 결정하거나 책임질 위치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돼 SBS는 우리나라 방송사에 남을 사과방송까지 하며 '방송참사' 오명을 뒤집어썼다. SBS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기획 왜곡보도"라는 치욕스러운 지적을 받았다.

'국민의 알 권리' 주체는 국민이고, 언론은 알 권리 주체인 국민의 대변자다. 언론 입장에서 '알 권리'란 국민이 꼭 알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공적 정보를 국민을 대신해 수집하고 이를 보도하는 사회적 책임을 의미한다.

국민의 알 권리 수행은 언론의 공적 책무 중에서도 중요한 사명이다. 국민의 알 권리란 '진실을 알 권리'를 의미한다. 유권자는 이번 MBC 보도 내용에 대한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언론이 진실을 알리지 않고, 진실의 반대 편에 있는 거짓과 모호함과 왜곡을 퍼뜨려서는 안 된다. 

'취재원 보호'는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보도 전 영역에서 헌법처럼 군림할 순 없는 일이다. 취재원 보호를 지나치게 앞세울 때 언론은 제보자가 의도하는 방향대로 기사의 흐름을 바꾸게 된다. 자칫 '동원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이번 MBC 보도가 특정 정치세력의 악의적인 목적에 이용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걱정된다. 이번 보도와 관련해 유권자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추가적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언론 수준을 보면 국민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MBC는 이를 꼭 새겨야 할 것이다. MBC는 국민의 수준을 저급하게 떨어뜨리는 오류를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

김정순 정치학 박사 /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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