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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인의 혀끝에 척] 말랑말랑 쫄깃한 '젤리캔디'의 이면

공업용 원료, 식품첨가물로 사용 가능 "최종 제품만 관리"

하영인 기자 | hyi@newsprime.co.kr | 2017.05.08 17:22:57

[프라임경제] 단지 가만히 있을 뿐인데 괜히 공허한 마음이 든다. 입이 심심해 주변을 둘러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먹는 게 곧 쉬는 것이자 낙(樂). 필자를 포함해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우리 혀끝을 즐겁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을 이유여하 막론하고 집중탐구해본다.

반투명한 색상에 오밀조밀 귀엽게도 생겼다. 특히 설탕가루를 온몸에 묻힌 아이들은 최강의 달콤한 맛을 자랑한다. 

또 쫄깃하다 못해 질겨 정복욕을 자극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말캉말캉 입안의 혀처럼 부드러운 아이까지, 그 매력에 헤어 나올 길이 없다.

쫄깃하고 딱딱한 식감일수록 젤라틴이 쓰였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도 흔히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젤리 중 과반수가 젤라틴으로 만들어진다. 하리보 또한 마찬가지다. = 하영인 기자

한 번 봉지를 뜯었다하면 끝장을 보게 하는 중독성은 또 어떠한가. 얼얼한 턱은 승리 후 비로소 얻은 훈장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필자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젤리는 푸딩처럼 스푼으로 떠먹거나 마실 수 있는 디저트 일종의 겔류가 아닌 반고체식품인 젤리캔디를 지칭한다.

◆세계 젤리시장 장악한 '하리보' Makes children happy- and adults too 

명실공히 젤리캔디의 대명사 '하리보'. 불과 2㎝ 정도 크기의 알록달록한 곰돌이, 골드베어(Gold Bear)부터 떠오른다. 안타깝게도 치아가 튼튼하지 못한 필자가 선호하는 식감의 젤리는 아니나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제품임은 틀림없다.

흔히 예비 엄마들 사이에서는 8~9주차의 손발이 나온 자그마한 태아 초음파를 보고 젤리곰이라 부를 만큼 귀엽고 앙증맞은 형태다.  

해당 젤리는 독일인 한스 리겔(Hans Riegel)이 탄생시켰다. 한스 리겔은 지난 1920년 12월13일 독일 본에 단독으로 회사를 차리고 첫 번째 생산공장을 지으면서 '한스 리겔 본(HAns RIegel, BOnn)'에서 따온 이름 하리보(Haribo)로 등록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창업주인 한스 리겔의 사망과 물자부족으로 회사가 크게 휘청했지만, 1946년에 한스의 두 아들이 어머니로부터 사업을 넘겨받아 5년 내 직원 수가 1000명이 넘는 규모로 키웠다.

각양각색, 다양한 식감과 맛을 지닌 젤리들. = 하영인 기자

'하리보는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합니다(HARIBO makes children happy)'라는 광고로 시작한 회사는 1960년대에 '어른도 역시(adults too)'라는 문구를 덧붙여 판매 대상을 전 연령으로 넓혔다.

현재 하리보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10개국에 16개 공장을 두고 하루 1억개에 달하는 곰 젤리를 생산, 세계 10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직원 수는 약 7000명으로 추정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젤라틴' 피혁폐기물이 원료…"안전성 문제없다" 

젤리는 연회에서 사보리(Savoury) 요리의 접시 장식용에서 시작돼 디저트로 발전하게 됐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펙틴, 젤라틴, 한천, 알긴산 등과 산을 이용해 만드는데, 이 중에서도 젤라틴은 동물 뼈나 가죽에서 추출하는 단백질로 쫄깃쫄깃한 식감 때문에 젤리로 많이 사용되곤 한다. 

천연첨가물인 젤라틴은 동물의 가죽, 뼈, 힘줄을 구성하는 콜라겐을 뜨거운 물로 가열한 것으로, 필수아미노산이 결여된 불완전한 단백질로 알려졌다.

젤리 외에도 과자, 음료수, 아이스크림, 하드, 강정, 포도주, 의약품 캡슐 등 쓰임새가 퍽 다양하다.

이 같은 젤라틴의 원료가 사실 가죽공장에서 생긴 피혁폐기물이라면? 가죽공장에서 남은 자투리를 젤라틴 회사로 공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세계시장에 공급되는 젤라틴의 약 3분의 1가량이 이를 원료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부산물들을 모아 각종 화학약품 등 첨가물을 넣어 가공작업을 거쳐 젤리 원재료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식품첨가물에 공업용 원료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는 없다. 식품첨가물은 원료 기준 없이 단지 최종 제품만을 관리한다.

특히 수입되는 공업용 소가죽의 경우 실온에서 배로 한 달간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로 반입된다. 이를 위해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소를 도축한 후 부패방지 차원에서 발암물질인 방부제,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된 화학 물질들을 사용한다. 

부산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젤라틴 원료로 사용되는 소가죽 폐기물을 4개사, 6개를 샘플링해 분석한 결과 비소, 아연, 납, 크롬이 검출됐다. 

전문가들 또한 피혁가공에 사용되는 공업용 화학약품 중에 다이옥신, 환경호르몬 물질이 검출될 우려가 높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공업용화학약품 처리를 많이 한 피혁폐기물은 비료용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젤리업계, 정부 측은 원료가 무엇이고 어떤 처리과정을 거치든 결론적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누가 옳을까. 먹고 안 먹고는 당신의 자유다. 어차피 건강을 위해 젤리를 먹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턱도 아프니 적당히 먹자. 성분표시를 보면 1회 제공량은 깜짝 놀랄 만큼 적은 양이다. 오늘은 한천으로 만든 젤리를 한 움큼 잡아먹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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