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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정리 거자필반] 로비에 나타난 임신 휴직 노조원, 끌어내도 돼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5.10 11:27:18
[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會者定離)이고 헤어진 사람은 다시 만나게 마련(去者必反)입니다.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하겠습니다.

사용자 주장: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지역 민방'을 가진 △△미디어입니다. 민영방송사라고 하더라도 전파라는 제한된 수단을 사용하려면 당국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요. 그런 방송의 특성상, 신문 등 여타 언론사보다도 한층 공공적 특성이 강조되고 저희도 경영 과정에서 이를 각별히 감안하는 와중입니다.

하지만 이런 세간의 인식과 평가를 뒷배삼아 무리한 노동조합 활동을 하려는 것이 문제인데요.

저희 지역은 보수-혁신 간 갈등이 요새 심각합니다. 특히 저희 방송의 모기업인 **물산의 경영 간섭 우려에 대한 갈등을 다루면서, 노조가 이 지역 내 대립을 교묘히 활용하고 있다는 게 저희 사측 생각입니다.

대주주 **물산의 기사 통제와 간섭 등을 주장하면서 노조가 공공연히 태업을 하다 급기야 파업을 선언하고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이에 동조해 저희 회사를 공격하기 시작했는데요.  

저희로서는 비노조원들과 노조에 가입 대상이 아닌 간부들, 그리고 통신사 기사 등을 활용해 파업에 맞서는 한편 임시 기자들을 채용해 방송에 투입하는 등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서 시설보호 차원에서 노조원들의 1인 시위, 과격한 파괴 활동 등 가능성을 감시하려는 차원에서 CC티비를 대거 증설해 가동했고요. 이런 상황에 담장 바깥에서 노조 내부의 현안 투표를 하는 기표소가 일부 촬영이 됐습니다.

육아나 임신 등을 이유로 휴직에 들어간 일부 여성 노조원들을 앞세워 회사 로비에서 각종 선언문, 매주 나오는 노보의 특별판 등을 뿌리려는 시도를 차단, 건물 밖으로 퇴거를 시켰고요.

과거 저희가 원만한 혹은 건전한 긴장상태의 노사관계를 갖고 있을 때만 해도 노조원들이 쟁의의 일부인 노보 배포 등을 건물 안에서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워낙에 대주주를 비방하는 부당한 파업인데다, 노보의 내용이라는 게 문제가 많아 이제 그렇게 배려를 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정치적 갈등 문제 일명 '중앙 정치'의 내용을 다수 다루고 있다는 게 저희 판단입니다. 기본적인 촬영의 권리와 노조원 퇴거의 자유는 저희에게 당연하게 있는 게 아닌가요?  

근로자 주장: 안녕하세요? 저희 입장으로는 우선 그간 관행적으로 행사했던 로비 내부의 자료 배포를 할 수 없게 된 게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또 시설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건물 바깥에서 이뤄지는 행동마저도 모두 찍어서 위압감과 해악의 가능성을 느끼게 하고 있으니 그것도 부당노동행위라 여겨집니다.

안에서도 하지 말라 하고, 밖에서도 모두 찍겠다고 하면 노조 활동 아예 접으라는 거잖아요?

대주주에 대한 부당한 의혹 제기나, 정치적 문제에 대한 거론은 언론사 특성상 불가피한 것이고요. 회사 사정은 전혀 없이 정치적 이유로만 파업을 하는 일명 '정치파업'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러니 이런 문제를 모두 종합하면 우리 방송사의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보기에 충분한 게 아닐까요?

-중앙2016부노252사건을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회사에서 노동 사건이 빚어지는 건 일반적이고 언론사라 그런 점에서 예외가 아니지만, 방송사의 경우 사회의 공기(公器)라는 점에서 사용자의 권리를 좁혀 보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이런 사건에서는 방송에서 얼굴을 보이던 기자들이 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상대해 파업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더 세간의 관심이 쏠리게 되고 사용자의 주장이 설 자리를 잃게 되는 효과가 생기는데요.

결론적으로 시설보호권은 노조의 파업에 대응할 사용자의 권리이기도 하나, 일반저긴 재산권 측면에서도 보장되는 것이 옳습니다. 다만 투표장 내부를 몰래 찍는다든지 하면 그건 정당한 시설보호권 운운해서 면책을 받을 수 없고, 부당노동행위를 별도로 구성합니다.

핵심 문제는 바로 건물 로비에 출입을 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여러 노조의 경우 휴직 중 해고로 인한 다툼 중인 노조원에게 그 지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휴직자에 대해서는 중요 안건 투표 시 제외하기도 하지요.

이들을 처리하는 문제가 쉽지 않은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에 임신부라는 보호대상임을 강조해 일부 휴직 노조원들을 로비로 보내고 회사 측 강제 퇴거에 저항하도록 노조가 기획했다면 '센세이셔널한 구도'를 만들기 위한 연출이 지나쳤다고 비판받을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중앙노동위원회가 다룬 실제 사안에 이런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의 건물에서 시설 출입 등 권리가 휴직자에게도 당연히 보장됐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는 이 건물의 출입구가 여럿이고 용이한 배포 등을 하기 위해 이 건물 로비를 활용하는 게 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을 지목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정당한 노조 관련 활동을 위해 회사원으로서의 출입권이 지금 없는 경우라도 부득이 출입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게 맞다는 경중 판단을 했습니다.

이미 서울행정법원에서 2013년 5월14일 내놓은 판결(2012구합20755 사건)도 휴직 중 노조원의 활동 문제와 시설 출입에 대해 같은 내용의 '교통정리'를 해준 바 있죠.

따라서 임신한 노조원이 노보 배포를 위해 로비에 들어선 것을 끌어냈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호상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합니다. 임신한 노조원들까지 모두 나서야 하는 상황, 눈물을 흘리거나 몸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건강한 노사관계로 이 방송사가 빨리 돌아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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