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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현대重, 위기탈출 비법은 '덜어내기'

현대중공업그룹① 분할 후 재상장 통해 반전 꾀해…노사 '불협화음'은 위험요소

전혜인 기자 | jhi@newsprime.co.kr | 2017.05.10 10:30:12

[프라임경제] 6개사 독립법인 체제로 공식 출범한 현대중공업그룹이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 및 신규 상장을 노린다. 현대중공업은 상장을 맞아 사업부문별 전문성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일 인적분할을 통해 △조선·해양·엔진 등 주요사업에 집중하는 현대중공업(009540) △전기전자 사업 중심의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267260) △건설장비 사업의 현대건설기계(267270) △로봇 사업부문의 현대로보틱스(267250)로 각각 분사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4개사 체제로의 인적분할에 성공했으며 10일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변경상장 및 신규 상장을 진행했다. ⓒ 현대중공업

지난 1993년 현대중장비산업과 현대로봇산업이 합병한 이후 23년만에 분할한 것인데, 앞서 지난해 말 물적분할 방식으로 현대중공업의 자회사가 된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그린에너지), 현대글로벌서비스(서비스)를 포함해 6사 체제를 갖추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분할로 존속법인의 재무건전성과 분할법인의 사업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세웠다. 현대중공업이 거둘 수 있는 가시적인 효과는 차입금을 신설법인에 나눠 배정함으로써 부채비율이 낮아져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하는 것.

특히 알짜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를 자회사에 가져가게 될 '예비 지주사' 현대로보틱스가 차입금 2조원도 챙기면서 분할 후 현대중공업의 순자산은 14조2000억원, 부채비율은 95.6%(10조8000억원)로 업계 최저 수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현대중공업그룹은 독립법인 체제를 통해 그동안 조선·해양 등 주요 사업에 묻혀 성장이 제한됐던 사업에 대해서도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는 2021년까지 △기술개발에 3조5000억원 투자 △설계 및 연구개발 인력 1만명 확보 △신인사제도 도입 등을 주 내용으로 한 '기술, 품질 중심의 경영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이 밝힌 분할 4개사에 대한 기술개발·인력 투자 규모. ⓒ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엔진사업을 영위하는 현대중공업 존속법인은 시설투자 3900억을 포함해 총 2조500억원을 기술개발에 투자한다. 친환경 선박 및 스마트십 개발과 해양플랜트 설계 능력 강화, 디지털화된 스마트 야드 구축 등을 통해 선제적 기술 확보와 고품질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전략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최근 사우디 국영 해운사인 바흐리와 스마트십을 공동 개발하고 그 내용을 바흐리 보유 선박에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자회사로 분사한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이번 프로젝트의 메인으로 세워 선박 서비스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업계가 불황에 시달리는 가운데에도 꾸준한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해 조선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중 유일하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더해 지난 1분기에도 618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에 비해 90.3%의 증가율을 보였다.

더불어 최근 선박 발주 시황이 반등하며 현대중공업에 호조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010620)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들어 총 39척 23억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이는 지난 2014년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무엇보다 지난달에만 18척, 9억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실적이 상승세를 보이는 추세다.

각각 6800억원과 6600억원 규모의 기술개발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과 현대건설기계는 향후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이 주목된다.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은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자체 에너지 솔루션 브랜드 '인티그릭'을 최근 해외 산업박람회에서 공개하고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섰다.

현대건설기계 역시 러시아에서 대규모 굴삭기 수주를 따낸 것에 이어 최근에는 영국 국영 전력기업과 500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로보틱스 역시 OLED 공정용 로봇 사업 확대와 서비스 사업 확장을 위한 부품 공용화 개발, 클린룸 신축 등에 11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로보틱스는 지주사 전환 등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이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노조와의 갈등은 위험요소로 남았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5월 시작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은 10일로 딱 1년을 맞았다. 1년간 현대중공업 노사는 약 80회 내외의 교섭을 전개했으나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더욱이 이번 분사로 노조와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분사된 회사에 대한 교섭권을 두고도 이미 분할이 이뤄진 만큼 각각의 법인이 별도의 임단협을 실시해야 한다는 사측의 주장에 반발해 노조는 현대중공업 단일노조로 일괄 교섭을 벌여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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