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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리더의 기다림

 

고경일 코치 | kiko5658@naver.com | 2017.05.11 09:20:33

[프라임경제] 방울 복랑금이 자구(새순)를 달았다. 지난 12월에 경매를 받아서 4개월을 기다린 끝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다육이라는 식물의 종류인데 잎에 비단 무늬가 있어서 금( 錦)이라고 불린다. 일종의 돌연변이로서 무척 아름답다. 물을 주고 나면 물을 가득 머금은 입이 볼록해지며 마치 사탕을 물고 있는 아기의 볼처럼 귀엽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 집에서 손가락 선인장을 얻어 와서 깨진 어항에 모래를 넣고 심었던 기억이 새롭다. 뿌리가 내리는 것이 너무 궁금해서 매일 쑥 뽑아서 확인하고 다시 심기를 반복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서 노랗게 죽고 말았다. 뿌리가 내리도록 기다리지 못하고 자주 확인한 나의 잘못임을 알게 된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그 후로 선인장과에 속하는 나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3년 전에 같은 학과 교수 연구실에 있는 다육이의 줄기를 받았다. 창문 난간에 놓고 잊고 있었는데 종강 즈음에 뿌리를 내려서 나를 놀라게 했다. 강한 생명력으로 키우기 쉽다는 것이 또한 다육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였다.

처음에는 이른바 국민 다육이를 키우게 되었다. 성장속도도 빠르고 번식력이 좋아서 가꾸는데 부담이 없었다. 관련 도서와 인터넷을 통해 다육의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성장이 더딘 녀석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돌연변이인 철화(綴化)라고 불리는 종류가 귀하게 대접받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양이 예쁠 뿐만 아니라 철화된 생김새가 이 세상에 하나뿐이기에 더욱 그렇다.

어떤 녀석은 물을 좋아해서 자주 물을 줘야 하고 다른 녀석은 물을 싫어해서 한 달에 한번 정도 물을 준다. 직사광선을 피해서 채광해야 하고 환기를 자주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잦은 환경에서 베란다를 터서 거실로 쓰기에 환기 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매일 아침 잠깐 다육이들을 바라보며 나누는 인사의 기쁨이 그러한 수고를 잊게 한다.

조장(助長)이라는 말이 있다. '도와서 자라나게 한다'는 뜻이지만, 맹자가 '사람의 성급함이나 억지 추구를 경계하라'는 비유에서 인용한 말이다.

성질 급한 농부가 옆 논에 비해 모가 더디게 자라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논에 나가 모의 키를 조금씩 뽑아 올려놓았다. 농부의 눈에는 조금씩 자란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다음날 햇볕에 시들어 버린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기업과 조직의 리더들은 성과와 부하육성이라는 소중한 책임을 지닌 사람들이다. 성과와 부하육성을 위해서 피드백이라는 툴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원 코칭에서 자주 주제로 정해지는 것이 효과적인 피드백에 관한 것들이다. 그만큼 피드백이 쉽지 않고 효과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그럴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의 필자처럼, 뿌리도 채 내리지 못한 부하의 성장을 안달복달 점검하고 있지는 않는가?

다육이들의 성장속도와 번식이 다르듯이 부하직원이 서로 다름을 알아채지 못하고 부하의 성장을 위한다는 미명 하에 일률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지는 않는가?

자칫 조장(助長)이라는 함정에 빠져 치명적인 조치를 해놓고도 부하를 돕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조급함이 아닌 기다림이 리더의 필수 불가결한 역량이며 미덕이다. 지속적인 성과 창출과 부하육성을 하나의 과제로 보아 진심으로 꿈꾸는 리더라면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고경일 코치 /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IBK기업은행 기업금융지점장 / 저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부하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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