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아하!] 술 한잔에 담긴 이웃 간 情을 나누는 곳… '가맥'

 

하영인 기자 | hyi@newsprime.co.kr | 2017.05.11 17:20:10

[프라임경제] 각종 문화유산은 물론 한옥마을로 잘 알려진 전주는 알록달록 오색빛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들로 사시사철 활기를 띠는데요.

한국의 미가 물씬 풍기는 길거리를 걷다 보면 간판 한구석에 '가맥'이라고 적혀 있는 가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가맥은 업소용 맥주가 아닌 가정용 맥주를 취급,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주류를 판매하는 가게 맥줏집인데요. 

주류업체에서는 업소용 맥주와 가정용 맥주의 출고가를 구분 짓지 않고 동일하게 내보내지만, 업소용 맥주의 경우 중간에 도매상이 끼면서 조금 더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건비, 임대료 등의 명목으로 몇 배나 비싼 값에 팔리고 있는데요.

가맥은 일반적으로 가게 앞에 놓인 간이 테이블에 앉아 가게에서 판매하는 술과 안주를 사다 간단하게 먹고 마실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주점이 아닌 일반 슈퍼마켓 업주들이 편의점처럼 가정용 맥주를 판매하는 것인데요. 

이 같은 가맥 문화는 지난 1980년경 전주에서 시작,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사실 주류를 취급하는 음식점 입장에서 가맥은 눈엣가시나 마찬가지일 텐데요. 

특히 여름철이면 자유업으로 분류되는 슈퍼마켓 업주들이 간이 테이블을 차리고 가정용 맥주와 계란말이 등 조리된 음식을 파는 등 불법 영업행위를 일삼았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타격받은 주점들은 가맥이 불법이라면서 소송을 하기도 했는데요. 실제 식품위생법시행령은 슈퍼마켓과 휴게소 등은 술과 더불어서 음식류를 조리, 판매하는 행위를 할 수 없고 일반음식점 등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맥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이를 바로잡기에는 요원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 2015년부터는 매해 '전주가맥 축제'가 열릴 만큼 주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가맥에서도 유흥음식점으로 등록하는 등 불법적인 요소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군요. 

한편으로 가맥은 전주 사람들의 '정(情)'을 상징하는 문화이지 싶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맥주만 홀짝이는 손님이 안쓰러워 베푼 작은 인심이 오늘날의 가맥문화를 만든 것은 아닐까요.

점점 더 삭막해져만 가는 삶 가운데 소소하게 느낄 수 있는 이웃 간 정이 그리운 하루입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