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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대의 글쓰는 삶-35] 시련과 고난의 의미

 

이은대 작가 | press@newsprime.co.kr | 2017.05.12 14:28:12

[프라임경제] 학창시절을 비롯해 군 복무하던 시기까지 나는 자유롭고 당당했으며 걱정, 근심 없이 살았다. 한 마디로 참 즐겁게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어느 순간 내 삶의 목표는 돈이 됐고, 나는 오직 물질적 부만을 향해 달리는 경주마처럼 살았다.

돈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었는데, 그만큼 많은 돈을 벌기도 했다. 또래의 친구들보다 훨씬 빨리 풍족함을 이뤘고, 집과 차 등 모든 것들이 남부러울 것 없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그토록 많은 돈을 벌면서 살았음에도 나는 전혀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진 것 없이 몸뚱아리만으로 살아가던 시절에는 그렇게 즐겁고 행복했었는데, 남부러울 것 없이 돈을 쌓아놓고 살았던 시절에는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남자 친구로부터 버림받은 한 여자가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했다. 마침 강을 건너던 뱃사공이 그녀를 발견해 다행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여자에게 뱃사공이 물었다.

"왜 아까운 목숨을 끊으려 합니까?"

여자는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버림받아 너무 괴롭습니다."

대답을 들은 뱃사공은 한참을 생각하다 다시 물었다.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어떤 삶을 살았습니까? 그 때도 지금처럼 고통스러웠나요?"

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배는 어느 새 강가에 도착했고, 뱃사공은 배에서 내리는 여자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전의 행복했던 삶으로 돌아가십시오."

돈이 많으면 당연히 행복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직장에서 원하는 직위에 오르면 충분히 즐거울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나에게 글감은 대단히 소중한 재료다. 돈 많고 승승장구했던 그 시절을 돌이켜 '행복'이란 말과 연관지을 수 있는 글감을 떠올리기 위해 열흘 밤낮 머리를 싸맸지만, 나는 결국 한 톨의 행복했던 기억조차 떠올릴 수 없었다.

행복한 삶은 조건이나 환경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더 풍족하게 살기를 바라면서,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욕망을 굳이 뿌리 뽑으라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행복을 느끼면서도 얼마든지 내가 바라는 삶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짚고 싶을 뿐이다.

많이 가질수록 '잃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은 커지기 마련이며, 많이 이룰수록 '무너짐'에 대한 상처와 아픔은 깊을 수밖에 없다.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성공을 추구하기보다 지금 하늘을 향해 가슴을 당당히 펼 수 있는 소박한 삶이 훨씬 더 멋지지 않겠는가.

시련과 고난은 지난 삶을 돌이키게 만든다. 잊고 살았던 행복의 의미를 깨우치게 만든다. 당연하게 느끼며 살았던 많은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준다. 그래서 우리를 진짜 행복으로 안내헌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 옛날 당당하고 즐겁고 행복했던 삶으로 돌아가라는 뜻을 나에게 전해준 것이 아닐까?

비록 여전히 가난하고, 예전처럼 성공이란 말을 쉽게 쓰지는 못하는 삶이지만,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이은대 작가 / <내가 글을 쓰는 이유>,<최고다 내 인생>,<아픔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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