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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정리 거자필반] '회식비 갈등' 대걸레 싸움…산재?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5.15 10:10:17
[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會者定離)이고 헤어진 사람은 다시 만나게 마련(去者必反)입니다.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하겠습니다.

근로복지공단 주장: 안녕하세요? 우리 공단은 산업재해 여부를 검토, 급여 지급·거절을 결정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산재인지 논란이 되는 경우가 여럿 있지만, 특히 직장 내 다툼 사례를 우리는 좀 소극적으로 보고, 유가족들은 업무연관성을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조업체 △△산업에는 야근을 하면 야식비를 지급해주는 전통이 있었는데요. 이 야식비를 그 전에는 단체회식비로 전용해 사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관행이 옳은 것인지 내부 의견 차이가 생긴 것인데요. 생산팀 작업반장 A씨는 이 돈을 기존에 쓰던 방식대로 쓰자는 생각이었답니다. 남는 돈이 있다면 당연히 다음에 들어올 야식비와 합쳐(이월처리) 회식을 또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작업조의 총무 역할을 하던 B씨의 생각은 달랐던 거지요. 원래 야근을 하는 대가로 지급되는 돈인 만큼, 회식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남는 돈이라도 분배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한 겁니다.

이게 원인이 되어 A씨가 일방적으로 화를 내고 B씨의 얼굴을 때렸고, 이후에도 대걸레 자루를 부러뜨려 B씨를 구타하려다 직원들이 뜯어말렸거든요.

물론, 그 와중에 A씨가 흥분을 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소동 중간에 쓰러져 죽은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말린 후에도 씩씩대다 흥분을 식히려고 소동이 시작된 작업장 밖으로 나서다 심장에 문제를 일으켜 쓰러져 사망한 경우입니다.

망자에겐 안된 표현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일방적으로 화를 내다 제풀에 쓰러져 죽은 셈이라 업무연관성이 있다고 판정해 주기 어렵다는 게 우리의 기본 입장입니다.

유가족 주장: 안녕하십니까? 고(故) A씨의 가족들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의 고충도 모르는 바 아닙니다만, 부당하게 산재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인식에는 승복할 수 없어서 이렇게 공단의 산재불인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까지 내게 됐습니다.

우리가 산재라고 주장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물론 싸움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들의 감정 기복이 큰 싸움으로까지 번진 것에는 업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야식비의 사용법인지, 회식비의 사용법인지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공금으로 사용하게 된 뒤의 문제인 만큼 회사에서의 업무처리 방식을 둘러싼 다툼이라고 보는 게 옳다고 저희는 보고요. 

일방적으로 고인이 B씨에게 행패를 부린 것처럼 상황이 전개돼 저희도 안타깝지만, 이 문제가 아니면 둘이 그렇게 격하게 싸울 일도 없었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실제로 무슨 다른 개인적 감정이 누적돼 있었던 것도 아니에요. 둘은 이전엔 대단히 친했는데 이 돈의 사용 문제로 싫은 소리를 서로 하게 되었고, 그래서 서운함도 더 커서 감정이 급격히 틀어진 것입니다. 둘의 평소 친분은 내부 증언들만 봐도 충분히 이해하실 겁니다. 

이렇게 싸움이 커진 경우, 산재로 봐도 문제가 없는 게 아닐까요?

-대법원 2016두5591 사건을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요새 특히 직장 내 다툼의 산재 인정 여부를 다룬 사건이 많이 눈에 띕니다. 4월에는 **건설 현장소장과 굴삭기 기사 사이의 다툼(서울행정법원 2016구합1172)을 소개드린 바 있는데요. 굴삭기 사건이 1심 사건이었다면, △△산업의 경우는 지난 11일 대법원이 산재를 인정해주라는 취지로 판단(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내는 파기환송을 한 경우)한 경우입니다.

이런 사건이 심심찮게 접수되고 있고, 실제로 하급심에서 해결이 되지 못하고 대법원까지 가게 된 경우인 만큼 우리 사회가 이 문제의 해석을 놓고 의견 차이가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사건만 해도 2014년에 빚어진 사고를 놓고 지금껏 분쟁이 진행돼올 정도로 의견 대립이 첨예했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제동을 건 이유는 회식비 사용 문제를 둘러싼 갈등인 만큼, 업무의 내용 갈등이라고 본 데 있습니다.

현재 추세는 회식이 많이 줄고 있고 이걸 즐기지 않는 직원들도 많습니다. 개인에게 지급해야 할 돈(야식비, 즉 일종의 수당)을 회식비로 전용하는 문제로 갈등이 생긴 것이지요. 심지어 그게 폭력 사고로 이어졌고요.

이 문제는 사실 성과급이나 수당을 함께 모아 1/n해서 나눠 쓴다든지, 공공비용으로 쓰는 문제에 대해 전체적인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갈등은 또 다른 사건을 통해 제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안은 '기왕에 조성된 회식비'의 사용과 그 갈등에만 초점이 맞춰진 감이 있습니다.

요새 '기술적 특이점' 흔히 줄여 '특이점'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요. 컴퓨터의 발전으로 기술의 발달 상황을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기술적) 특이점이 왔다'고 하고 이를 빗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갈등이 온 것을 특이점이 왔다고들 이야기합니다.

회식 문제나 작은 업무상 분쟁이 폭행, 경우에 따라서는 사망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업무연관성으로 폭넓게 인정하는 쪽으로 발전하는 것은 개별 사안들만 놓고 보면 타당해보이지만, 마냥 환영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회식까지도 업무 일환으로 넓게 보는 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직장의 문화가 민주적으로, 개인주의로 바뀌는 상황과는 별도로 논리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 내 다툼과 업무연관성 판례가 일반적 사회의 인식, 일반적인 직장문화와 다르게 '특이점'이 오지 않도록 앞으로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그에 따라 경우에 따라선 향후 판례 수정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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