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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우둘투둘 두꺼비 등짝 속 500개의 표정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5.16 11:05:15

[프라임경제] 충청북도 제천시 인근에는 박달재라는 고개가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천둥산 박달재'라는 노래로 유명한 곳인데요. 노래는 여전히 유명하지만 어느 샌가 '500나한전'이라는 새 볼거리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관광 키워드로 어깨를 견주고 있습니다.

500나한전. = 임혜현 기자

이건  1000년 느티나무 속을 긁어 만든 1인 암자를 만들었는데 이를 '목굴암'이라고 부르고요, 그 옆에는 또다른 큰 느티나무에 조각을 해서 500나한을 새겼습니다. 이걸 '500나한전'이라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500나한전을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고서 "징그럽다"거나 "두꺼비 등짝 같다" 혹은 "우둘투둘 피부에 부스럼 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렇기도 한데요. 서양인이 작은 사물이나 구성요소를 먼저 보는 경향이 있는 데 비해, 동양인은 큰 그림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아마 동양적 감각으로 보면 저런 반응이 나오기 쉬울 것 같습니다. 특히 작은 사진을 통해 보는 경우, 구성 요소를 뜯어보기가 더 어려운 점도 작용하겠지요.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그래서 이렇게 별도로 보여드리면 500나한이 각각 다른 표정을 짓는 걸 그제서야 볼 수 있습니다.

저렇게 오묘하고 익살스럽고 한 표정들이 모두 모여도 경우에 따라서는 두꺼비 피부처럼 흉하게 보이나 그런 느낌도 들고요, 반대로 두꺼비 등판 같은 작품도 자세히 보면 대단히 복잡한 구성을 갖췄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500나한전은 멀리서 보면 두꺼비 피부처럼 흉하게 보인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저렇게 웃고 즐기는 표정들도 있다. = 임혜현 기자

스승의 날인 15일에, 희생 교사 중 기간제 교사 2명에 대해서도 순직 인정을 하도록 조치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조치가 있었습니다. 금년엔 세월호 사고 만 3년이 되는 해인데요.

세월호 사건의 책임 소재와 처리 과정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혁신 간 다양한 이견이 있지만, 비정규직 차별 문제가 제자들을 살리기 위해 희생한 기간제 교사들의 발목을 잡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진영에서나 문제를 느껴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배려와 집권 직후 발빠른 처리 속도를 보인 점은 대단히 잘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김탁환 작가는 세월호 문제를 다룬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서두에서 고 신영복 교수의 말을 인용해 "큰 슬픔을 견디기 위해서 반드시 그만한 크기의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작은 기쁨 하나가 큰 슬픔을 견디게 한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세월호 사건의 전체 그림을 규명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들 수도, 끝내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흉하고 슬프고 외면하고 싶은 사고와 처리 와중에서도 그 중간에는 저렇게 웃는 모습도 있었으면, 앞으로 더 많이 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번 순직 처리 소식에 즈음해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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