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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오무철 코치 | om5172444@gmail.com | 2017.05.21 00:58:09

[프라임경제] 얼마 전 개인 코칭을 하면서 들은 고객(팀장)의 하소연이다.

"우리 이사님은 부하직원들의 고충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지시 사항이 현장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음을 잘 아시면서 직원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수용을 강요합니다. 저는 일선 관리자로서 직원들을 대변해서 부당함을 호소하지만 나만 나쁜 놈이 되고 맙니다. 이런 갈등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이사님 얼굴을 보는 게 불안합니다. 좋은 해결 방법이 없을까요 코치님."

여기서 필자는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에 비유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떠올렸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인 '과제 분리'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했다. 그에게 "이사님의 행동은 그의 과제다. 다른 사람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관여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대신 나는 지시를 받는 팀장으로서 나의 과제는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의 표정만으로는 분명하게 이해를 했는지 어떤지 알 수 없었지만.

기시미 이치로는 그의 베스트셀러 '미움 받을 용기'에서 인간관계의 갈등을 알렉산더 대왕이 단칼로 잘라버렸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에 비유했다.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의 갈등은 더 이상 기존의 방법으로는 풀 수 없다. 완전히 새로운 수단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바로 '과제 분리'라고 강조한다.

과제 분리란 '각자의 과제의 경계를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를 생각하라. 그리고 과제를 분리하라. 어디까지가 내 과제이고, 어디서부터가 상대의 과제인가. 냉정하게 선을 긋는다. 그리고 누구도 내 과제에 개입시키지 말고, 나도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대인관계의 고민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있다고 치자. 그 딸이 수학문제 풀이 숙제를 가져와 아빠에게 풀어달라고 한다. 이때 이 숙제는 누구의 과제인가. 딸의 과제다. 아빠가 수학문제를 풀어줘서는 안 된다. 딸이 풀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 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하라. 누구의 과제인가를 밝히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는 것과 타인의 과제를 떠안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무겁게 짓누르는 짓이다. 만일 인생에 고민과 괴로움이 있다면, 먼저 '이건 내 과제가 아니다'라고 경계선을 긋고 타인의 과제를 버린다. 그것이 인생의 짐을 덜고 단순하게 하는 첫걸음이다.

과제 분리는 인간관계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 시작이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하다. 너무 멀거나 가까워서도 안 되며,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되 상대의 영역에는 발을 들이지 않는 그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상대를 믿는 것, 그것은 나의 과제다.

하지만 상대가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그 사람의 과제이다. 비록 상대방이 내 희망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계속 믿을 수 있느냐는 나의 과제에 속한다.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믿는 최선의 길을 선택하는 것뿐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과제를 분리하지 못해서다.

우리 코치들은 코칭 상황에서 자주 고객의 과제를 해결해줘야 한다는 무의식적 압력(Ego)에 시달리며 심리적 갈등 상태에 빠진다. 과제 분리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과제 분리, 즉 에고 내려놓기(Egoless)는 코치들에게 큰 숙제다.

지금 이 순간 오로지 고객과 함께 하면서 그들이 스스로의 과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해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기중심적인 에고를 불쑥불쑥 등장시키면서 과제 분리에 애를 먹고 있다.

우리 코치들은 자신에게 늘 이렇게 질문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과제인가, 고객의 과제인가를.

오무철 코치 / (현)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 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서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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