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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重, 잇단 사고에 깊어지는 노동자 한숨

 

전혜인 기자 | jhi@newsprime.co.kr | 2017.05.22 16:29:09

[프라임경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최근 커다란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살아났던 조선 경기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벌어지자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걱정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인도량이 늘어나고 올 들어 수주 실적이 회복하는 등 고무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 들어 이달까지 20억달러가 넘는 수주실적을 기록하며 지난해까지의 부진에서의 탈출 기미가 보였다. 여기에 인도 실적도 높아지면서 회사에 활기가 도는 듯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뒤숭숭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1일 발생한 크레인 사고에 이어 지난 17일에는 화재사고, 그 다음 날인 18일에는 높은 곳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부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사망자 6명이 발생한 크레인 충돌사고 이후 고용노동부가 거제조선소 전 작업장에 대해 작업중단 조치를 내린 바 있는데, 전면 작업중단이 해제된 지 이틀 만에 두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면서 고용노동부가 너무 빨리 거제조선소에 대한 작업중단 해제를 내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노동부와 국회는 삼성중공업 사망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고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동안 삼성중공업을 포함해 조선업계에서 잊어버릴 만하면 발생하는 산재 사고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는 계속 높아져왔다.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투입되는 노동자 수가 많은 터라 관리가 어려운 데다 최근 업계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흉흉한 분위기가 더해지다 보니 사고가 더욱 잦아진 느낌이다. 지난해 11명의 산재 사망자를 낸 현대중공업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안전실태 특별근로감독까지 받고 8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고 피해는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된다. 현대중공업에서 작년 산재로 사망한 11명의 노동자 중 7명이 하청노동자였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해 사고로 사망한 2명과 이번 크레인 충돌사고 탓에 사망한 6명이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였으며, 지난해에는 사내하청업체 직원이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납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해양플랜트 건조에 대해 조급증을 낸 결과 이런 사고들이 연이어 일어난다고 분석한다. 올 들어 조선산업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회사도 소폭이지만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만큼 무리를 해서라도 납기 일정을 맞추려다 보니 이 같은 안전 소홀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

삼성중공업은 크레인 사고가 발생한 직후 곧바로 사고대책본부를 수립했으며, 다음 달에는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직접 근본적인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15일 거제조선소에 대한 작업재개가 이뤄질 때에도 전 임직원을 상대로 안전결의대회를 벌이며 각오를 다졌으나, 결국 이틀만에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조선소 내 가장 약자일 수밖에 없는 하청노동자들의 안전권을 지킬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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