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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그립다! 그 옛날의 그 칭찬과 관심

 

오무철 칼럼니스트 | om5172444@gmail.com | 2017.05.24 13:31:12

[프라임경제] 나는 가끔 중학교 2학년으로 되돌아 가 그 시절을 회상하곤 한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그 시절, 국민학교(초등학교)를 같이 다니던 내 주변 친구들은 아무도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나는 지혜로운 어머니를 만난 덕분에 중학교에 진학하는 행운을 가졌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한 학급 60명 정도, 한 학년 300명이 넘었던 규모의 공립이었다. 1학년 땐 학교생활을 무난히 보낸 듯하다. 그때까지 나는 학교 수업 이외에 따로 공부를 해 본 기억이 없다. 단칸방에 일곱 식구가 살고 있었으니 집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웠고, 모든 학생들이 나처럼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2학년이 되자 공납금을 체납하며 독촉을 받게 되면서 결석이 잦아졌다. 1학기에 낙제 점수를 받자 성적도 꼴찌 군을 형성하며 자포자기에 빠졌다. 그런데 2학기 수학시간에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는 반전이 일어났다. 그 분은 칠판에 문제를 내고 풀 수 있는 학생은 앞으로 나와 풀어 보라고 하셨다. 모두 어려워했던 인수분해였는데 신기하게도 나에겐 쉽게 느껴졌다. 힘차게 손을 들고 나가 단숨에 풀고 난 뒤 제자리로 돌아왔다. 
 
"무철인 수학박사야. 어떻게 이렇게 쉽게 풀 수가 있지! 잘했어, 모두 박수."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는 선생님의 칭찬 말씀이다. 이후로 그 선생님은 수학시간마다 내 자리로 다가와 머리를 한번씩 쓰다듬어 주셨다. 그 스킨십이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었고 수학만 더 열심히 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사실 그 선생님과는 1학기 때 맺은 악연도 있었다. 수업 시간에 무심코 창문을 내다보다 딱 걸려 수업태도가 좋지 않다며 큰 나무 자로 이마를 얻어 맞고 혹불이 불거져 너무 아파 큰 소리로 울었던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그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3학년이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시절엔 키 순으로 자리가 배정되었다. 나는 31번 딱 중간에 앉았고 성적은 전교 꼴찌, 내 짝꿍은 32번 전교 2등의 수재였다.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찾아 왔다. 청도가 고향인 그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나를 자취방으로 초대했다.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어 있던 나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

귀한 쌀밥을 지어 함께 먹은 뒤 공부를 했다. 학교 수업 이외에 처음 경험해보는 공부였다. 그의 손에 이끌려 1박 2일의 독서실도 경험해 보았다.
 
이런 일이 있은 뒤 이변이 일어났다. 내가 우리 반에서 1학기 중간고사 2등을 한 것이다. 내 짝꿍 다음으로 성적이 좋다니, 이럴 수가! 나도 놀라고 그도 놀라고 담임 선생님도 놀랐다. 내 짝꿍의 진심 어린 관심이 나를 우등생으로 만들었다.

그 덕분에 나는 (비록 영어는 극복하지 못했지만) 전교 8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중학교를 졸업하였다.
 
한때 널리 회자되었던 히딩크 감독의 박지성 선수에 대한 칭찬 일화는 감동적이다. 2002년 월드컵 전까지 무명이었던 박지성 선수는 미국 골드컵에 참여했지만 왼쪽다리 부상으로 시합에 나가지 못하고 텅 빈 탈의실에 혼자 남아 있었다.

이때 히딩크 감독이 통역관을 대동하고 나타나서 박지성 선수에게 영어로 뭔가를 말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알아 듣지 못했다. 통역관이 말했다. 
 
"박지성씨는 정신력이 훌륭하대요. 그런 정신력이면 반드시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얼떨떨했다. 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감독님은 뒤돌아 나가셨고 나는 그 흔한 '땡큐' 소리 한 번 못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만일 내가 히딩크 감독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이름 꽤나 알려진 유명 스타가 되었다거나, 부모님께 45평짜리 아파트를 사드릴 만큼 넉넉한 형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예전보다 더 자신을 사랑하는 '나'가 되었다는 말이다. 감독님이 던진 1분도 안 되는 그 말 한 마디는 내가 살아갈 나머지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면서 한 인터뷰에서 박지성 선수가 쏟아낸 가슴 벅찬 고백이다.
 
코칭에서 인정 칭찬은 고객에게 에너지를 불어넣는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코치가 반드시 익숙해져야 할 코칭 스킬 중 하나이다. 필자는 코치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험에서 이 인정 스킬이 부족해서 여러 번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많은 노력 끝에 지금은 인정이 몸에 배인 코치가 되었지만….

코칭 장면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는 부모들이,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기업과 조직에서는 리더들이 꼭 갖추어야 할 삶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이 인정 칭찬을 강조하고 싶다.

오무철 코치 / 코칭칼럼니스트 / (현)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 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서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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