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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형의 M&M] '날씨는 맑음' 바라고 기다린 '기대감'

ELO 'Mr. Blue Sky'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7.05.26 15:17:51
[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M(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긍정적인 변화에는 기대감이 수반됩니다. 지독하게 계속되는 흐린 날 뒤에 맑은 날씨가 예보됐다면, 잿빛 구름이 걷힌 하늘은 얼마나 푸를까 하는 기대감처럼 말이죠. 

이런 기대감은 자연현상이 아닌 사회현상에서 개인의 행동 혹은 선택에 따른 결과나 보상을 기다릴 때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포석이 됐다면, 그 만족감은 더 없이 클 텐데요. 하지만 옳지 못한 방향으로 변질된다면 실망감도 클 것입니다. 

열한 번째 「M&M」에서 연주할 곡은 영국 프로그레시브, 아트 록 밴드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Electric Light Orchestra·ELO)의 미스터 블루 스카이(Mr. Blue Sky)입니다. 

1972년 영국 버밍엄에서 결성된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 약칭 ELO는 록 뮤직과 클래식이라는 이질적인 장르를 완벽하게 조합시킨 밴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들은 일반적인 록 밴드의 구성인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에 바이올린과 첼로를 포함, 록 뮤직에 현악기 사운드를 접목시켜 7인조 인원으로 대규모의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만들어 '심포닉 록 밴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의 공연 장면. ⓒ 구글


ELO가 록과 클래식을 조합해 음악 장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탄생시켰다곤 하지만 이들도 초창기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공연 때마다 일렉기타나 키보드, 드럼 소리에 현악기 소리가 묻혀 자신들의 특징을 살리지 못한 것이죠.

하지만 밴드의 리더 제프 린(Jeff Lynne)이 현악기를 앰프에 연결시켜 다른 악기들과 동등한 음향을 내게끔 만들면서 이 일로 제프린은 '음의 천재'라는 별명을 얻게 되고 ELO의 음악적 특색은 부각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이들의 음악적 인지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죠.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곡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대중적으로도 유명한 곡은 바로 오늘 들려드릴 '미스터 블루 스카이'입니다. 이 곡은 1977년 7집 'Out Of The Blue' 수록돼 발표된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도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곡 중에 하나인데요.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400만개의 선주문이 들어갔고 더블 플래티넘을 기록했습니다. 또 영화 '이터널 선샤인'과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2의 주제곡 '끝내주는 모음집(Awesome mix)에 수록되는 등 배우 현빈이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삼성 스마트TV의 CF OST로도 사용 다양한 부문에 사용됐고, 아직까지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미스터 블루스카이는 곡 도입부터 발랄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멜로디로 경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요. 가사는 발랄한 멜로디를 배가시켜줍니다.

하늘의 태양은 밝고. 구름 한 점 없어요. 비가 그쳤고, 모두가 즐거워해요. 알다시피 오늘은 정말 아름다운 날이에요. 거리를 따라 달려가며 밝게 빛나는 태양을 봐요. 한때는 우울했던 이 도시의 거리에 '파란 하늘씨'가 떠 있어요.

제목에서부터 눈치 채셨겠지만, ELO는 맑게 갠 날씨를 의인화해 '파란 하늘씨'라고 귀엽게 표현하는데요. 달리기 할 때 뛰는 심장박동 수와 비슷하게 들리는 드럼과 키보드 박자는 노래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합니다. 

심지어 노래 초입 'Running down the avenue(거리를 따라 달려가며)' 부분에는 숨을 헐떡 거리는 소리까지 녹음하기도 했죠. 

노래 중간중간 드럼 심벌의 머리 부분을 보통 심벌을 칠 때 '촤아'하는 소리가 나지만 머리부븐을 치면 '팅' 혹은 '켕' 소리가 나죠 연신 때려대는 소리도 같은 역할을 하는 듯 느껴집니다. 

이어지는 가사에서 곡 중 화자는 파란하늘씨에게 핀잔을 주면서도 그를 무척이나 기다렸다는 속내를 들춰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이죠. 

파란하늘씨, 저희에게 좀 알려주실래요? 왜 그렇게 오래 동안 떨어져 있었는지. 우리가 무슨 실수를 했나요? (중략) 거기 파란하늘씨. 당신을 만나서 너무 기뻐요. 당신이 한 일을 둘러보세요. 모두들 당신을 향해 웃고 있어요. (중략) 오늘은 우리가 기다렸던 날이에요.

이 곡의 탄생 배경에는 한 가지 일화가 있습니다. ELO는 완벽한 시설을 자랑하는 독일 뮌헨 뮤직랜드에서 모든 앨범을 녹음했는데요. 미스터 블루 스카이가 실린 7집 앨범은 이례적으로 스위스 알프스에서 작업됐습니다. 

그러나 제프 린은 영감을 얻기 위해 찾아간 알프스에서 우중충한 날씨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알프스 전체에 드리운 구름 때문에 제프 린은 2주 동안이나 아무 영감을 얻지 못한 채 한 곡도 쓰지 못했죠.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하늘이 맑아지고 햇살이 비치면서 아름다운 알프스 전경이 펼쳐졌는데요. 이 광경을 본 제프 린이 맑은 하늘에 영감을 얻어 작곡한 곡이 바로 '미스터 블루 스카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도 4년이란 박근혜 정부의 흐린날 뒤 찾아온 새 정부가 탈권위, 소탈·소통 행보와 탕평인사, 적폐청산 등을 단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푸른 하늘씨'로 느끼는 중입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취임 직후부터 컸는데요. 그는 이런 기대감에 부응하는 듯 보입니다. 실제, 19대 대선에서 역대 최대 표차를 기록하며 당선된 문 대통령이 보름여 간 보인 광폭 행보에 대해 한 여론조사에선 87.7%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만큼 대중들은 후한 점수를 주고 있죠. 

문재인 대통령은 소통, 탕평으로 무장하고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국민들의 높은 지지도를 얻었다. ⓒ 구글 이미지 캡처


이런 긍정적인 평가는 문 대통령의 파격 행보에 따른 것인데요. 현재 문 대통령은 역대 정부와는 달리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만큼 인선을 조각조각 발표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의 인사를 살펴보면 계파와 성별, 출신 등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과 전문성 위주의 탕평·통합에 어울리는 인물들을 주요 요직에 기용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자신의 대선 공약인 일자리 위원회 설치를 지시했습니다. 지난 12일에는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을,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만행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했습니다. 

또 지난 15일에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6곳의 일시 가동중단과 세월호 희생 기간제 교사 3명의 순직 인정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삽질 4대강 살리기 사업 감사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도 지시했습니다. 

여기에 문 대통령 특유의 탈권위로 대변되는 소통 행보는 전 정부와 비교되면서 더 큰 긍정의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참모들과의 테이크아웃 커피 산책, 청와대 기능직 공무원과 구내식당 식사는 물론 회의 전 겉옷을 받아주는 경호원을 만류하는 소소한 일들이 그것입니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는 순항 중입니다. 하지만 이런 높은 지지율에도 우려는 존재합니다. 지금 새 정부의 파격행보와 그에 따르는 소탈하고 소통적인 모습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되면서 박근혜가 문재인 선거 캠프의 선대위원장이라는 말도 모든 게 달라 보이고 좋아 보이는 '기저효과'라는 것입니다.

문재인정부 출범은 이제 겨우 보름이 지났습니다. 전 정권과 비교되는 기저효과와 새 정부 출범을 기대하는 '허니문 효과'가 빠지면 현재 국민들의 기대와 만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심일 뿐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부디 초심을 유지하면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지금처럼 푸른 하늘을 지속시키길 기대해봅니다.



Electric Light Orchestra-Mr. Blue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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