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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경청의 훼방꾼, 오만가지 생각

 

오무철 칼럼니스트 | om5172444@gmail.com | 2017.05.28 22:50:16

[프라임경제] 내 인생의 우선순위 1위는 건강관리다. 그래서 멀리 출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7km를 속보로 걷는다. 이를 충실히 지키기 위해서 책상 달력에 실행 여부를 매번 기록하고 있다.

수년 동안 대체로 잘 지켜 나가고 있다고 자부해본다. 걷는 장소는 주택단지 내 해안도로다. 미세 먼지와 매연을 피하기 위해 출발 지점에서 정확히 3.5km를 반환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를 택하고 있다. 해안도로에 거리가 500m 단위로 새겨져 있어 정확히 7km의 파워 워킹이 가능하다.

0m의 출발점에서 갖춘 장비를 가동한다. 영어회화 녹음기를 연결한 이어폰을 귀에다 장착한다. 언젠가부터 일석이조를 노리겠다는 의욕(운동도 하고 영어회화 공부도하는)으로 시작한 회화 공부다. 두 번 반복되는 회화 내용을 듣고 뒤따라 열심히 읊조려본다.

'I wonder why the event was cancelled.'
(나) "I wonder why the event was cancelled."
'I wonder why the event was cancelled.'
(나) "I wonder why the event was cancelled."

그러다, 며칠 후 있을 그룹 코칭 준비가 제대로 되었는지, 챙길 것은 제대로 챙겼는지 열심히 따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화들짝 놀란다. 회화 내용을 언제 놓쳤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놓치고 있었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떠오른 생각에 쫓겨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아차! 하고 있는 거지? 영어 회화 공부하고 있었잖아. 정신 없는 놈! 제 정신을 차리고 다시 영어회화 흐름을 따라 읊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번엔 또 다른 생각에 쫓겨서 정신 없이 휘둘리다 문득 제 정신을 차린다. 이러기를 1시간 반이나 되풀이하다 집에 도착한다. 그러면서 '나의 경청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하는 회의를 느낀다.

그 이튿날도 이런 패턴은 반복된다. 좋은 해결방법이 없을까?

언젠가 정신과의사가 쓴 '생각 사용설명서'에 의하면, 생각은 내 노력이나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일어난다고 한다. 생각은 하는 것이 아니라 떠오르는 것이다. 어떤 생각에도 앞선 생각은 없다. 갑자기 떠오른다.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왜 '우리가 한다'고 생각할까.

그 이유는 생각이 너무 빨라 생각의 속성을 관찰하기가 어려워서 그렇다. 또한 우리가 쓰는 언어 습관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을 할 때 생각의 내용이 연관 관계 속에 있기 때문에 '내'가 했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나에게 입력된 것 중 어떤 것이 떠오른다. 입력된 것은 없어지지 않고 언제든지 떠오를 수 있다. 눈, 귀, 코, 혀, 몸, 정신을 통해 생각의 탱크에 입력된다. 안 좋은 과거는 그냥 떠오른다.

후회되고 화가 나고 아쉬움을 주는 과거는 가만히 있어도 그냥 떠오른다. 부정적인 과거가 긍정적인 과거에 비해 떠오르는 힘이 더 강하다. 그런 만큼 우리에게 영향을 많이 준다.

내 정신을 혼란하게 하는 이 훼방꾼을 몰아내고 실재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명상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명상의 본질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주로 몸과 마음에서 현재 일어나는 현상에 집중한다. 명상을 하기 전에는 생각과 개념으로 세상을 봤다면 명상을 한 이후에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 생각은 실제를 가리는 장막과 같은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서예를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온 정신을 집중해서 붓을 옮긴다.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얘기한 'Flow', 즉 몰입의 경지를 경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행위에 깊게 몰입하여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게 될 때를 일컫는 심리적 상태이다. 이를 최적 경험(optimal experience)이라 한다.

코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경청 역량일 것이다. 코치도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에 방해를 받고 있음에 예외는 없다. 이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은 뭘까. 쓸모 없는 오만가지 생각에 쫓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바로 깨닫고 고객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자세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난 오늘도 이어폰을 끼고 해안도로를 걸으며 나의 부족한 경청 능력을 담금질해 본다.

오무철 코치 / 코칭칼럼니스트 / (현)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 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서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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