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금 농촌에서는 보리를 베고 모내기를 진행할 시기인데요. 지역별로 가뭄 등 기상 조건이 다르긴 하지만, 경남 지방의 경우 물이 부족해 고심하던 것도 지난 내린 비 덕에 제법 해결됐고, 이달 내 모내기를 대략 끝내는 순조로운 분위기입니다.
특히 보리를 심었던 이모작 논의 경우, 겨우내 묵힌 논보다 조금 더 일정이 바쁜데요. 보리를 벤 후 짚을 정리한 다음에야 물꼬를 터서 물을 채우고 다른 곳에서 틔워 기른 모를 옮겨 심게 되니 이 시기에 빠듯하게 움직이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바쁠 때엔 도회지에 나가서 사는 자식이나 사위들도 일손을 보태게 됩니다. 이 장면은 비싼 농기계의 뒤를 따라가며 잔일을 처리하는 '농업 비숙련자'의 모습(보기에 따라선 기계에 패배한 인간의 모습일 수도 있고, 기계화의 빈틈을 메우는 인간의 힘이기도 하죠)입니다.
요새는 벼나 보리를 심고 기르고 베는 작업 전반도 상당히 기계화가 됐지만, 사람이 여전히 낫을 쓸 일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비싼 농기계라지만 완전히 경작지 가장자리까지 붙일 수는 없으니 깎고 남는 자리가 생기게 되고, 기계 뒤를 사람이 따라가면서 낫질을 할 일이 남는 것이죠.
역시나 알곡을 턴 다음에 널어 말릴 때에도 손으로 고를 일감이 남고 말린 알곡을 포대에 담고 정미소까지 나르는 일 중 상당 부분도 결국 사람을 거쳐야 합니다.
요새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해서 영역별로 관심은 높습니다. 한편, 과연 이게 어떻게 진행될지 또 그 와중에 행여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진 않을지 걱정하는 의견들도 많은데요. 지난 4월 한국고용정보원이 '2017 한국직업전망'을 내놨는데, 이 책에서는 향후 직업세계에서 나타날 '7대 변화 트렌드'를 제시했습니다.
내용 중 흥미로운 것을 꼽자면 복잡해지는 경영 환경 속 각종 컨설턴트 등 사업서비스 관계자가 부각되고 안전의식 강화로 안전 관련 직종은 오히려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하네요. 기존 업무에 ICT 스킬이 더해진 융합 직업이 유망하다는 점은 이미 여러 곳에서 거론된 바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자체가 많이 줄고 지금까지 선호되고 인정받던 직종들도 상당수 쇠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지만, 여전히 '이삭줍기'를 할 틈새는 새롭게 생겨날 모양입니다.
안전 영역만 해도 기계가 발전하면 모두 로봇 등에게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지만, 결국 사람을 다루고 책임지는 일이라 또 결국엔 사람의 손길과 판단력, 희생정신을 바탕 삼아야 하는 쪽으로 정리 중이니 참 아이러니컬하죠? 막연히 불안해할 것만이 아니라 당면한 작은 과제부터 잘 처리하면서 이삭줍기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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