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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21세기의 이삭줍기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5.29 09:42:02

[프라임경제] 지금 농촌에서는 보리를 베고 모내기를 진행할 시기인데요. 지역별로 가뭄 등 기상 조건이 다르긴 하지만, 경남 지방의 경우 물이 부족해 고심하던 것도 지난 내린 비 덕에 제법 해결됐고, 이달 내 모내기를 대략 끝내는 순조로운 분위기입니다.

특히 보리를 심었던 이모작 논의 경우, 겨우내 묵힌 논보다 조금 더 일정이 바쁜데요. 보리를 벤 후 짚을 정리한 다음에야 물꼬를 터서 물을 채우고 다른 곳에서 틔워 기른 모를 옮겨 심게 되니 이 시기에 빠듯하게 움직이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바쁠 때엔 도회지에 나가서 사는 자식이나 사위들도 일손을 보태게 됩니다. 이 장면은 비싼 농기계의 뒤를 따라가며 잔일을 처리하는 '농업 비숙련자'의 모습(보기에 따라선 기계에 패배한 인간의 모습일 수도 있고, 기계화의 빈틈을 메우는 인간의 힘이기도 하죠)입니다. 

= 임혜현 기자

요새는 벼나 보리를 심고 기르고 베는 작업 전반도 상당히 기계화가 됐지만, 사람이 여전히 낫을 쓸 일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비싼 농기계라지만 완전히 경작지 가장자리까지 붙일 수는 없으니 깎고 남는 자리가 생기게 되고, 기계 뒤를 사람이 따라가면서 낫질을 할 일이 남는 것이죠.

역시나 알곡을 턴 다음에 널어 말릴 때에도 손으로 고를 일감이 남고 말린 알곡을 포대에 담고 정미소까지 나르는 일 중 상당 부분도 결국 사람을 거쳐야 합니다.

요새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해서 영역별로 관심은 높습니다. 한편, 과연 이게 어떻게 진행될지 또 그 와중에 행여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진 않을지 걱정하는 의견들도 많은데요. 지난  4월 한국고용정보원이 '2017 한국직업전망'을 내놨는데, 이 책에서는 향후 직업세계에서 나타날 '7대 변화 트렌드'를 제시했습니다.

내용 중 흥미로운 것을 꼽자면 복잡해지는 경영 환경 속 각종 컨설턴트 등 사업서비스 관계자가 부각되고 안전의식 강화로 안전 관련 직종은 오히려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하네요. 기존 업무에 ICT 스킬이 더해진 융합 직업이 유망하다는 점은 이미 여러 곳에서 거론된 바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자체가 많이 줄고 지금까지 선호되고 인정받던 직종들도 상당수 쇠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지만, 여전히 '이삭줍기'를 할 틈새는 새롭게 생겨날 모양입니다. 

안전 영역만 해도 기계가 발전하면 모두 로봇 등에게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지만, 결국 사람을 다루고 책임지는 일이라 또 결국엔 사람의 손길과 판단력, 희생정신을 바탕 삼아야 하는 쪽으로 정리 중이니 참 아이러니컬하죠? 막연히 불안해할 것만이 아니라 당면한 작은 과제부터 잘 처리하면서 이삭줍기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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