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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정리 거자필반] 성과급의 탈을 쓴 노조 배신 회유자금?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5.30 10:07:29
[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會者定離)이고 헤어진 사람은 다시 만나게 마련(去者必反)입니다.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하겠습니다.

사용자 주장: 안녕하세요? 우리 회사는 기계부품을 생산해 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견 업체입니다.

경제가 계속 어렵고 특히 제조업이 사양 산업이라지만 대기업 원청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을 유지하고 납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이를 위해 느슨한 근무 태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만전을 기울이고 있고, 이미 2012년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는 등 회사 분위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오래 매달려 하나라도 더 조립해야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취지가 아니고, 직장 내 활력을 더하고 창의성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에게 가산점을 주고, 또 회사 창립 이념에 걸맞게 노력하고 기여하는 이들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가 잘 조화된 고과가 매겨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지금 회사 노조 중의 소수파 노조에서 부당노동행위라며 문제 제기를 했는데, 이미 정성평가가 회사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이들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그 비율을 조정한 바도 있고요. 무엇보다 우리는 반장과 직무장 등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점수 평정을 맡겨놓았기 때문에, 마치 관리직 간부들이 기능직 직원들을 억압하는 도구로 성과급을 악용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총계에서 A급과 D급의 비중은 극히 적고, B+, B, C+ 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도 지나치게 주관적 평가를 지양한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 주장: 안녕하세요? 우리가 회사가 시행하는 이른바 성과급 문제에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물론 정량평가만 하면 그야말로 쉼 없이 매달려 기계처럼 일해서 돈을 받아가라는 쪽으로 변질될 수 있고, 정성평가의 반영이 필요하다는 기본 틀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지금 성과급 기준의 고과를 매기는 데 중요한 기둥이 되고 있는 정성평가는 일을 열심히 해도 회사 기준에 벗어나면 절대로 높은 점수를 매기지 못하도록 하는 장벽에 불과합니다.

전체 구성을 보면, 근무실적 30점의 경우 △작업량 5점 △작업의 질 10점 △부가가치(비용적 측면) 5점 △부가가치(생산성 향상 측면) 10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편, 근무태도에 50점이 배정돼 있는데요. 이건 △근태(10점) △참여와 협력(20점) △규율(10점) △회사 창업 가치(10점)이고요, 또 근무수행능력에 별도로 20점이 배정돼 있습니다.

전체 50점, 더 넓게 보면 수행능력 20점까지 포함해 70점을 정성평가가 차지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러니, 실제로 이 부문 점수가 나쁘면 일을 열심히 해도 고과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고과 총합이 B+인 사람과 D인 직원 간에는 연 1300만원가량의 급여 차이가 나게 됩니다. 30년 근속자 연봉이 7000만원선이니, 이 정도로 차이가 나면 대단히 큰 격차고, 정성평가를 의식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 2017부노14 사건을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요새 호봉제를 시행하기보다는 연봉제를 시행하고, 능력급제나 직무급제를 활용하거나 성과급을 가미해 일의 능률을 강조하는 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이에 성과급을 주는 평가 운영 방식이 마냥 회사의 '재량영역'인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위의 회사는 연봉 대비 상당한 격차가 성과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소수파 노조에서 이에 반발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사실상 돈으로 회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성과급이 이미 받으면 좋고, 안 받으면 그만인 정도의 규모가 아닌 데다, 고과에서 D등급을 받으면 자녀 학자금 지원에서 배제되는 불이익도 있다는 점을 중앙노동위원회는 주목했습니다.

또 지금은 소수 세력인 노조가 원래 단일 노조의 지위를 갖고 있었는데, 복수 노조가 설립된 2012년에 맞춰 성과급제를 도입하게 됐다는 점도 의혹을 키웁니다.

실제로 원래부터 있던 노조와 갑자기 설립된 노조 사이에 5년 만에 역전 현상이 생긴 게 사실이고, 그 와중에 신설 노조 쪽으로 이동한, 즉 강경한 대결 구도에서 백기를 든 노조원 중 일부가 고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점도 이런 의혹을 '합리적 의심'으로 만들죠. 회사가 일부 기준 변경을 했다고 항변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스템 개선 의지가 없다는 점도 부정적 평가를 낳았습니다.

이 판정은 '노조 파괴 행위'를 성과급으로 포장해 운영하는 것에 제동을 건 사례로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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