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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통 대기업 향한 '정의의 칼날'

 

백유진 기자 | byj@newsprime.co.kr | 2017.05.30 14:31:40

[프라임경제] 문재인 정부가 '골목상권 살리기' '갑질 근절' 등 유통 대기업을 향한 칼날을 뽑아들면서 유통업계가 초비상 상태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기업의 불공정한 갑질과 솜방망이 처벌을 끝내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하며 유통 대기업 규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선공약 실천에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자 유통업계엔 긴장감이 고조됐다.

특히 지난 26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체의 갑질 근절을 위해 대규모유통업법에 최대 3배까지 책임을 지우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신규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유통업계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이러한 불안감의 근원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에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통계를 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연간 매출 증가율은 △2013년 1.1% △2014년 -0.7% △2015년 -1.2% △2016년 3.3%로 마이너스 성장 혹은 소폭 성장에 그쳤다.

대형마트 역시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 도입된 2012년 이후 △2012년 -3.3% △2013년 -5.0% △2014년 -3.4% △2015년 -2.1% △2016년 -1.4%로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늪에 빠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취지는 공감하더라도 과도한 규제로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을 내놓는다. 더불어 현재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하도급법과 가맹사업 등에도 적용돼 있는 만큼 이중 처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 규제를 본격화한 배경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유통업계의 '불공정 관행'이 암암리에 계속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고 입을 모으지만 여기에는 '아직 남아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백화점의 경우 2015년 29.8%에서 2016년 11.1%로, 대형마트는 같은 기간 15.1%에서 9.3%로 감소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수치에서 보여지듯 납품업체를 향한 갑질행위는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 대형 유통업체에 상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재고처리나 매장 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터무니없는 이유를 대며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국정기획위와 공정위가 징벌적 손해배상제 전격 도입을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간 대기업의 횡포가 심했던 유통업계의 체질 개선의 기회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정권교체 이후 국정 운영을 통해 사람 사는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기업을 향한 규제의 날카로운 칼날이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정의의 칼날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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