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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규직 전환 말고 정규직 일자리 창출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7.05.31 11:29:58
[프라임경제] 일터에서 각종 사건이 발생하면 '비정규직' 이슈가 도마에 오르는 경우 많다. 처우가 열악한 비정규직이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났을 때 더욱 이슈가 된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부터 노동계를 비롯한 각계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새 정부의 공공 81만개 일자리 공약도 따지고 보면 비정규직을 둘러싼 논란에서 비롯됐다.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을 설계한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2월28일 열린 '2017참여사회포럼' 발제문에서 관련 제안을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최근 5년간 원전 안전사고 사망자 10명 전부와 부상자 182명 중 166명이 하청업체 및 하도급 업체 직원으로 이들을 직고용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 

얼핏 보면 업무의 외주화가 원인인 듯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외주화 문제보다 외주화한 업무의 안전장치에 대한 고민과 감시가 없다는 데 시선이 집중된다. 

한수원, 구의역 스크린도어 등 위험 업무에 정규직을 투입했다면 과연 사고가 나지 않았을까? 2014년에 발생된 금융권의 대규모 개인정보유출사건이 비정규직의 관리 탓에 유출된 것인가? 정규직이 관리했다면 단 한 번도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사건이 발생되면 근본원인에 대해 폭 넓은 조사와 이에 맞는 대책이 수반돼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원인을 비정규직에게서 찾고, 이를 정규직화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중요한 것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누가 어떤 업무를 하든지 사고가 최소화될 수 있는 업무환경과 이를 유지할 수 있는 관리감독에 대한 엄중한 규제가 먼저라는 사실이다. 정규직이 하기 싫은 위험하고 어려운 업무에 비정규직을 몰아넣은 후 잘못되면 비정규직 때문이란 것은 억지다.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비정규직은 644만명으로 국내 임금근로자(1962만명) 중 32.8%를 차지한다. 이들 중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 업무에 매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은 소속감이 없고, 업무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사건사고에 취약하다는 이유를 들어 정규직 전환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궤변으로 들리기도 한다. 근시안적 시각으로 자신들의 논리를 만들기 위한 또 다른 논리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정규직 일자리 창출이 기반된 정책이 펼쳐져야 하고, 현재 비정규직의 직무분석과 업무 환경 실태조사 및 분석을 통해 비정규 근로자도 살 만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

파견의 원래 목적은 고용유연화고, 도급은 전문성이다. 아웃소싱을 무조건 비정규라고 폄훼하기보다 그 목적에 맞게 사용한다면 효율적인 고용환경 조성에 일조할 것이다. 

아웃소싱을 비용절감의 목적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저임금과 사건사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간과하고,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정부의 무책임을 '정규직 전환'이라는포퓰리즘으로 덮으려 한다면 이는 또 다른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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