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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피젯 스피너 열풍…쳇바퀴 도는 현대인의 불안한 삶

 

전혜인 기자 | jhi@newsprime.co.kr | 2017.05.31 14:21:38

[프라임경제] "요즘 재밌는 게 없어." 

푸념하듯 말하자 친구가 사진을 한 장 보내왔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학생들과의 유행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구매했다는 그 아이템, 피젯 스피너입니다.

모양은 독특하지만 기능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잡고 돌아가는 걸 보는 게 전부라는 이 장난감의 유행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요?

피젯 스피너는 재료에 따라 1000원대부터 몇십만원대까지 그 가격과 모양이 다양하다. ⓒ 프라임경제

피젯 스피너의 이름은 '꼼지락거리다'을 뜻하는 영어 단어 'fidget'에서 시작됐습니다. 즉 그저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는 것이 이 장난감의 유일한 기능이자 용도인데요.

손가락을 튕겨 날개를 돌리는 피젯 스피너 말고도 각 면마다 돌리거나 누르거나 문지를 수 있는 각각 다른 기능이 있는 정육면체 모양의 피젯 큐브, 가운데를 스프링처럼 구부릴 수 있는 피젯 펜 등도 있다고 합니다.

어린이와 학생들에게만 인기가 있는 게 아닙니다. 성인들, 특히 사무실에서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직장인들이 기분 전환용으로 많이 이용한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이 피젯 장난감들은 최근 인터넷 포탈 등에서 취미 카테고리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줄곧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피젯 장난감들이 학생들의 집중력 향상이나 주의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특히 ADHD 환자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아직 특별한 의학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성인들에게는 손톱을 물어뜯거나 펜을 돌리는 것과 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반응도 많습니다. 특히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하는데요. 쳇바퀴를 돌리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피젯 장난감의 열풍은 생활 속에서 일상적인 불안과 항상 함께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쉽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도구라는 분석도 나오죠. 

실제로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악우 같은 존재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회 조사'에서도 13세 이상 인구 중 54.7%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결과만 봐도 알 수 있죠.

최근 보건복지부의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한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일년유병률도 평균 11.9%로, 전체 국민 중 약 470만명이 지난해 정신건강에 문제를 경험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와 상의한 적 있는 경우는 전체 국민 중 9.6%에 불과하며, 정신질환을 경험한 국민 중에도 단 22.2%만이 실제로 정신과 의사에게 문제를 의논하거나 치료받은 경험이 있어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 수준이 주변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는 걸 잘 알 수 있죠.

이렇게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면서 원기회복 음료, 에너지 보충 영양제 등이나 마사지사업 등이 본의 아닌 성황을 누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피젯 스피너의 인기도 이런 스트레스 산업의 일각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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