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이은대의 글쓰는 삶-37] 매 순간 변화하는 삶

 

이은대 작가 | press@newsprime.co.kr | 2017.06.01 11:23:00

[프라임경제] 막노동을 하던 시절에 함께 일했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물어가며 한참 동안 통화를 나눴다. 여전히 먼지가 잔뜩 낀 듯한 탁한 목소리, 함께 땀흘리며 고생했던 기억에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요즘은 뭘 하면서 지내냐?"

"예, 형님. 저는 책을 출간했고, 지금은 전국을 다니면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진지하게 답변했던 나의 태도가 무색할 정도로 돌아오는 질문이 당혹스러웠다.

"뭐? 강의? 야! 지나가는 꼬마도 웃겠다. 네가 무슨 강의를 해"

말이 끊어지기가 무섭게 한참 동안 킬킬거리며 웃는 그 형의 반응에 당혹감을 넘어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막노동판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이 강의를 한다니 믿기지 않을 만도 하겠지만, 면전에다 대놓고 네까짓 게 무슨 강의를 하냐는 투로 비웃고 있으니 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받은 만큼 되돌려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형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여전히 용접하다가 실수하고 업체 사장한테 깨지면서 지내시나요?"

너도 한 번 당해보라는 식으로 내뱉은 말이었는데, 돌아오는 그 형의 답변은 또 한 번 예상을 뒤집었다. 좀 전까지 킬킬거리던 웃음은 사라지고, 가라앉은 서글픈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손을 좀 다쳤어. 이제 더 이상 일은 하지 못하고. 지금은 조그만 사무실에서 그냥 세월만 보내면서 지내고 있어."

용접을 하면서 불똥이 튀어 왼쪽 손에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 하니 꽤 심각할 정도로 다쳤던 모양이다. 괜한 억하심정에 놀리듯 말을 내뱉은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죄송스러워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사람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타인을 평가한다. 외모와 말투같은 겉모습,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의 과거의 모습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리면 그 사람의 대한 인상이 머릿속을 자연스럽게 스쳐간다.

고집이 세다든지, 말이 많다든지, 생각이 얕다든지 등 나의 마음 속에 잠재된 그 사람의 인상이 바뀌기가 참 쉽지 않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변하기 마련이다. 어제의 모습과 오늘의 내가 다를 수 있고, 매 순간 감정과 느낌이 변화하고 있다.

작년에 만난 친구가 오늘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날 수 있고, 지난 주에 만난 형편없던 친구가 일주일 만에 성장한 모습으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내가 안고 있는 타인에 대한 생각들은 모두가 고정관념이며, 이는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판단의 잣대가 결코 되지 못한다.

특히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생각 없이 내뱉는 말 한마디가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도 타인도 늘 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매 순간 새로운 삶을 만난다는 사실을 오히려 나의 성장과 변화에 도움이 되도록 유념해야겠다.

이은대 작가/ <내가 글을 쓰는 이유>,<최고다 내 인생>,<아픔공부> 저자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