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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어른 옷을 걸친 아이들

 

선현주 코치 | hjsunlab@gmail.com | 2017.06.01 18:00:01

[프라임경제] 아래 글은 현재 중학교에서 진로지도를 하는 분의 얘기입니다.

"저는 중학교에서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중학교에 올라온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직업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대한 막연한 이상으로 가득합니다." 

위의 글을 대학생용으로 한번 바꿔 보았습니다. 

"저는 모 대학에서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대학에 올라온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직업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스펙에 대한 막연한 이상으로 가득합니다."

너무도 비슷하지 않습니까? 저는 위에 진로지도를 하시는 분의 글을
읽고, 대학에서 배운 진로지도 방식을 그대로 중학생에게 적용하고 있는 게 아닌지, 어른 옷을 아이에게 입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제가 직장 새내기일 때 내 집, 내 차, 내 일 세가지를 갖는 것이 목표였어요. 기특한 생각인데, 돈을 버는 것으로 커리어를 좁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 주위에는 직장을 안 다니고도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번 친구들이 있지요. 그럼 우리는 왜 일을 할까요?

저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나아가서 도움을 줄 때 기분이 좋더군요. 아침에 잠에서 깰 때, 내가 누구에게 약속한 일이 생각나면 에너지가 올라가죠. 그런데 저도 자신이 관계중심적이라는 것을 안 것은 중학생 때도 아니고 대학생 때도 아닌, 한참 직장 생활을 하고 난 40대였습니다.
 
커리어는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이지요. 돈이 벌리는 일을 갖는 것은 언젠가는 끝이 나지만, 생애 진로는 계속됩니다. 개인이 일생에 걸쳐서 자신을 이해하고 직업세계를 포함한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가운데 선택하고 그 선택에 적응하고 발전해 나가는 순환적 과정이 커리어이지요. 커리어 개발은 생산적 사회인으로써 그리고 행복한 개인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지향점입니다.

요즘은 가치관에 기초한 커리어 카운셀링(Value Based Career Counseling)이 화두입니다.
 
위에 중학교 진로지도를 하시는 분의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 주로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자유학기제'는 아이들이 한 학기 동안이라도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끼와 꿈을 찾아보도록 하는데 그 의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진로지도가 부각되는 것은 부모님들의 요청 때문이라고 합니다.

학교에서 자유학기제의 본 의도를 살리고자 하면, 많은 노력을 들여 학부모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하네요. 우리는 순을 잡아뽑으면 벼가 더 빨리 자라날 것이라 생각한 어리석은 농부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게 아닌지요?
 
에릭 에릭슨이 심리사회적 발달의 8단계(생애 과정 동안 사람이 어떻게 발달하는 지를 단계별로 설명한 이론)를 주장할 때와는 사회적 상황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춘기 학생은 또래와의 관계 안에서 그리고 롤 모델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identity)과 신의(fidelity)라는 미덕을 발달시켜야 한다는 점은 공감이 갑니다.

개인별로 발달 단계를 거치는 시간대가 다를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우리 어른들은 시간과 공간을 청소년에게 주었으면 합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며, 그렇게 배우면서 '자기 정체성'이라는 근육을 키워 낼 수 있도록.

선현주 코치 / (현)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썬랩(주) 대표 / (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산학협력실장·겸임교수 / 저서 <취업 3년 전> / 공저 <그룹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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