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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벤처] "유리천장이 뭐죠?" 정선주 청이엔지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문화 발전 위해 친환경 설계법 비롯, 새 기술 개발에 전력

박지혜 기자 | pjh@newsprime.co.kr | 2017.06.02 17:24:57
[프라임경제] "사람들은 저마다 '그림 같은 집'을 꿈꾸죠. 청이엔지 건축사사무소는 고객들이 머릿속에서만 그리는 공간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매개체로써 고객의 꿈을 설계도면으로 구체화해 실현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선주 청이엔지 건축사사무소 대표. ⓒ 청이엔지 건축사사무소

정선주 청이엔지 건축사사무소 대표의 말이다. 청이엔지 건축사사무소는 건축설계 감리분야의 전문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테리어, 에너지절약 설계기법, 기술연구뿐 아니라 기술인교육 사업 분야로 역량을 확장해왔으며, 건설사업 전 분야에 걸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 적십자 봉사활동을 하면서 집이 없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건축사를 꿈꾸게 됐다. 10년 동안 건축설계사무소에서 밤샘작업도 하며 쉴 새 없이 일을 해오다 IMF를 계기로 가정주부로서 육아에만 전념하게 됐다.

그러나 그는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삶에 허전함을 느꼈고, 우연히 고등학교 시절 일기장에 건축사가 된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을 보게 된 뒤 다시 건축사시험을 준비하며 꿈을 키웠다. 

이후 다년간 건축사시험을 준비하면서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건축토목 학원을 운영해 5년 만에 전국 최고의 합격률을 일궜으며, 10년 동안 학원을 운영하면서 쌓은 건축계 인맥과 인프라를 바탕 삼아 청이엔지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가족에게 인정받았을 때 가장 보람 느껴"

정 대표가 건축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는 딸이 엄마의 일을 인정했을 때다. 이와 엮인 따뜻한 얘기가 있다. 1993년 정 대표가 설계하고 감리를 했던 중학교에 20년이 지난 뒤 딸이 입학하게 됐다. 야근이 잦은 엄마의 일에 불만이 많던 딸은 중학교 입학 이후 엄마가 설계한 학교에 다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엄마의 일을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그때 딸에게 엄마처럼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는 훌륭한 커리어우먼이 되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딸이 엄마가 하는 일을 많이 이해하고 인정해준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육아로 인해 자신의 꿈을 포기한 많은 여성에게 "육아를 하면서도 계속 꿈을 잃지 않고 준비하면 언젠가 기회가 찾아온다"며 "주부들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꿈을 향해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꾸준한 봉사활동 통해 인적 네트워크 형성

정 대표는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건축업계에서 음주문화와 보이지 않는 유리 벽을 극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0년 전만 해도 여자가 건설현장에 나가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고, 90% 이상이 남성 직원인 건축업계에서 여성은 차별받기 일쑤였기 때문.

정선주 청이엔지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설계, 감리가 끝나고 준공단계에 온 건축물을 시찰한 뒤 내부에서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청이엔지 건축사사무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정 대표는 꾸준한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남성 대표들에게 뒤지지 않는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봉사활동뿐 아니라 여러 모임에 성실히 참여하다 보니 주변에 건축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소개를 해주는 등 꾸준히 일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받은 것.

무엇보다 정 대표는 여성만의 부드러움을 강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건축 현장에서 일하다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남성 직원들끼리 격해질 때가 있다"며 "이럴 때마다 여성만의 부드러움으로 직원들과 소통해 현장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간다"고 설명했다.

◆여성벤처협회 부회장으로 기업 활성화 도와

정 대표는 현재 대전·세종·충남 여성벤처협회(이하 협회) 부회장으로 후배 여성 대표들에게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벤처 기업을 위한 제도를 알려주는 등 회사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협회 회원사들이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세종시설공단과 협회가 여성벤처기업 활성화 및 세종고용복지센터 입주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데 중간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협회 회원들이 회사 재테크 부분에 많이 약한 편이어서 건축이나 부동산 정보를 알려주는 등 수시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올해 사무실 내에 건축연구소를 설립했다"며 "4~5년 뒤 협회 회원 중 퇴직한 여성시니어 연구원들과 함께 친환경 설계법, 에너지절약 설계법 등을 연구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건축문화 발전에 조금이나마 공헌하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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