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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전쟁 보고서 2탄] "알뜰폰 열풍은 착시"

이통3사 LTE시장 96% 장악, 자회사로 MVNO 고사 노리나

이수영, 황이화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7.06.09 10:32:59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는 최근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총 3회에 걸쳐 △이동통신 3사의 현금창출 현황 △국내 통신업계의 기형적인 독과점 구조 △3대 이통사의 부당행위 적발 내역 및 처분결과 일지 순으로 보고할 예정이다.

기본요금 폐지로 대표되는 문재인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휘청거리고 있다. 7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 최민희 경제2분과 자문위원, 이개호 위원장의 연이은 발언 이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공약이 정권 내에서조차 엇박자를 낸 모양새다.

지난 4월11일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블로그에 게재된 통신정책 중 '기본료 완전 폐지'를 강조한 이미지. ⓒ 문재인 캠프

소비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8일 국정기획위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녹소연 측은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면서 공약 이행방안을 찾아야 하는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고 문 대통령의 기본료 폐지 공약을 국정기획위가 축소하고 왜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2G·3G에만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대선 공약의 명백한 후퇴로써 가계통신비 인하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뿐더러 통신사들의 이익 챙기기만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은 다시 공정위로

국내 통신시장의 기형적인 독과점 구조가 논란의 배경이라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그런 점에서 참여연대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사건 처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했던 기본료 폐지 관련 구체적 설명. 공식 블로그에는 모든 휴대폰 가입자의 요금을 1만1000원 일괄 인하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최근 국정기획위 최민희 자문위원은 2G와 3G, 일부 LTE요금제에 제한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문재인 캠프

참여연대는 지난달 18일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3대 이동통신사에 대해 요금제 가격 결정 담합 및 폭리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이들이 내놓은 데이터요금제가 서비스 및 가격 면에서 똑같거나 거의 유사해 정상적인 시장경쟁 상황으로 보기 어렵고 기본요금 역시 3사의 담합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참여연대는 일단 공정위 신고와 관련해서는 부처 간 독립성을 근거로 상황을 낙관하면서 시장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강조했다.

심현덕 간사는 "과거에도 이통사들이 미래부 약관심사를 통과한 이후에 공정위에서 최종적으로 기각된 전례가 있어 일부 발언이 공정위 조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통신시장은 3개 업체의 장악 아래 담합과 폭리를 취하기 아주 용이한 구조"라며 "지금 같은 제도로는 이들 기업의 독점적인 지위 남용을 근절하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별도의 단독법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알뜰폰 점유율 10%는 착시"

표면적으로 국내 통신시장은 시장경쟁체제다. 다만 장치산업의 높은 진입장벽 탓에 이통3사의 점유율이 88%를 웃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2011년부터 MVNO(가상통신망사업자·알뜰폰)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현재 이동전화 시장에서 알뜰폰 점유율은 12%에 육박해 연착륙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착시다. 근거는 현재 휴대폰시장의 76.88%가 LTE 회선이라는 점이다. 통신사 매출과 이익 대부분은 LTE요금제에서 나온다는 게 정설인데 이통3사가 96%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4월 집계된 무선통신서비스 통계를 보면 전체 LTE 회선수 4786만1310회선 가운데 SK텔레콤이 44.6%(2138만4606회선)로 1위를 굳혔다. 이어 KT가 1370만8294회선(28.6%), LG유플러스 1102만7339회선(23%) 순이다. 흥미롭게도 이는 지난해 이통3사의 당기순이익 비율과 상당히 유사한 구조다.

안병도 IT 평론가는 "한국 통신시장은 활성화된 경쟁시장으로 보기 어렵다"라며 "이미 독과점시장이나 다름없는데 요금을 시장경제 원리로 결정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알뜰폰 업계에 이통3사 자회사가 함께 진입하면서 신규 업체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텔레콤은 SK텔링크를, KT는 KT엠모바일, LG유플러스 역시 미디어로그를 각각 알뜰폰 사업자로 운영 중이다.

최근 들어 이들 자회사가 파격적인 요금제로 가입자 유치에 나서면서 업계 출혈경쟁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커졌다.

LG유플러스 알뜰폰 자회사인 미디어로그가 최근 출시한 유심데이터 요금제 소개 페이지. '대한민국 최저가'를 표방했다. ⓒ 미디어로그

일례로 미디어로그는 최근 '대한민국 최저가'를 표방해 기본데이터 11GB, 무제한 통화가 가능한 '유심데이터11+' 요금제를 3만2890원에 내놨다. 엠모바일도 최근 프로모션 요금제인 '실용 유심 2.9'요금제를 출시했다. 롯데카드, 우리카드와 합작해 월 한 번만 결제하면 금액에 상관없이 월 2만6400원의 요금에서 기본료를 1만원으로 깎아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안 평론가는 "기존 통신사들이 자회사로 알뜰폰사업에 진출한 것은 시장을 선점해 가격경쟁을 무마하겠다는 속내로 볼 수 있다"라며 "일정기간 기존 이통사의 진입을 제한하든지, 제조사를 압박해 언락폰과 물량비율을 의무화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 역시 "현행 제도에 구멍이 많아 지금으로서는 기존 통신사의 알뜰폰시장 진입을 막을 수 없다"며 "(가칭)'알뜰폰 진흥법' 등 단독법안으로 시장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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