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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다시 신임임원이 된다면

 

서유순 코치 | usoonsuh@gmail.com | 2017.06.12 13:42:08

[프라임경제] 오래 전 처음으로 임원 승진이 되었을 때 회사와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뿌듯함이 컸지만 더 잘해야 된다는 압박감 또한 매우 컸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드물었던 여성임원에게 보내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 경험이 풍부하고 존경받는 전임임원과 대비되는 위축감, 껑충 오른 월급 값을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부담은 빠른 시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야 된다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상사가 재촉을 했다기보다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나 자신의 욕구 때문에 스스로를 압박했던 것 같다. 

일은 쌓이고 시간에 쫓겨 거의 매일 야근을 했던 나의 임원 초창기는 수험생의 일상 같았다. 열심히 일했지만 결코 현명한 방식은 아니었다. 곧 지치기 시작했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고된 삶을 살아야 되는지 내적 갈등이 심해졌다. 

그 후, 심적인 안정감을 찾게 된 전환점은 멘토링을 통해 나의 업과 리더로서 소명을 정의한 것이었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사람들과 최선을 다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했을 때 실제로 성과가 따랐다. 기대만큼 성과가 안 날 때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터득한 배움이 다음 성과의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 중독 성향을 끝내 바꾸지는 못했다. 그런 나와 함께 일하는 것이 결코 만만하지 않았을 조직원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크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조급해하지 않고 여유를 부릴 줄 아는 (적어도 그렇게 보이는) 리더가 되고 싶다. 

최근에 모기업의 신임임원들을 코칭했다. 책임이 커진 만큼 더 많은 성과를 더 빨리 보여주어야 된다는 부담이 그들의 가장 큰 공통 이슈였다. 더구나, 회사 안팎으로 만나야 될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런저런 회의도 늘어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고 조급한 마음이 자꾸 들어 고민이 크다고 했다. 

우리는 각자의 리더십 이미지와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토론을 했다. 이어서 새로운 직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리더십개발계획을 세웠고, 조직소통과 조직원의 성장 지원이 핵심 내용으로 나왔다. 조직원들을 통해서만이 성과가 이뤄질 수 있음을 잘 인지하고 있어 반가웠다. 

반면에, 신임임원들 중 누구도 자신을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아 질문을 했다. 

"상무님 자신을 위해서는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흥미롭게도 운동을 통한 체력관리, 어학공부 등을 제일 많이 언급했다. 

"시간이 부족하여 고민이신데, 운동과 공부를 언제 하시지요?"

"그러게요…." 

한숨이 들린다. 

"다른 사람들과 일을 위한 시간은 어떻게 내세요?"

"미리 일정을 잡지요." 

"그럼, 자신을 위한 시간은 어떻게 내시겠어요?"

"미리 일정을 잡으면 되겠네요." 

"빙고! 자신을 위한 시간이 생기면 뭘 하시겠어요?"

"운동과 공부, 그리고 제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무엇을 더해야 되는지…, 저 자신을 자주 돌아 볼 것 같아요." 

"어떤 느낌이 드세요?"

"아, 조급함이 좀 사라지네요.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5000여명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기업운영 위원회(CEB) 연구에 의하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신임리더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질이 단기성과를 내기 위해 성급하게 전력질주하는 덫에 걸리는 것이다. 

그런 리더는 단기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팀원들은 점점 상사에 의존하고 일에 대한 관심이 없어져 지속적 성장이 어렵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열심히 일을 했는데도 결국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기성과의 덫을 벗어나기 위한 그 연구의 제안은 이렇다.

리더 자신이 아니라 핵심 조직원들이 팀의 전체 성과에 기여하고 있는지 파악해라. 비전제시와 공감표현, 팀 역량 개발, 팀원들과의 건설적 관계를 잘 하고 있는지 살펴보라. 

위의 대화를 나눈 신임임원이 확보한 여유는 그가 단기성과의 덫과 압박을 벗어나도록 해줄 것이라 믿는다. 조직과 조직원들에 대해 더 자주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서유순 코치 / (현)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라이나생명 인사 부사장 / (전) 듀폰코리아 인사 상무 / 공저 <여성리더가 알아야 할 파워코칭> <조직의 파워를 키워주는 그룹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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