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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 넘은 배려'에 우는 보험사 장애인 직원

 

김수경 기자 | ksk@newsprime.co.kr | 2017.06.12 14:46:50
[프라임경제] "어디서 일하는지는 잘…그분들도 꺼리지 않을까요? 어느 부서에 장애인이 있다는 이야기가 회사에 퍼지면 말입니다."

생명보험사(생보사)의 장애인 고용 현황을 조사하던 중 들은 답변이다. 취재원 모두 "장애인 고용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자신들의 회사가 고용에 노력을 하고 있고, 또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가 지나친 배려 때문인지 이들 대부분은 답변 중 장애인에 대한 '또 하나의 차별'을 보여줬다. 장애인 직원들이 정말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일하는 직장에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싶을까.

장애인 채용 기준 역시 밝히기를 꺼린 보험사가 대부분이었다. 일반 채용의 경우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 등을 취업준비생에게 제시하지만, 장애인 채용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것이다.  

도가 지나친 배려는 사실상 비장애인적 편견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장애인들은 결국 보험사 취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장애인의 경제활동 특성 변화와 정책과제' 보고서의 필자는 장애로 인한 차별과 편견이 장애인의 경제활동 의지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보험사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장애인은 경증 장애인이다. 한 보험사는 채용 뒤 처음에는 업무 숙지를 위해 서브 업무 등을 맡기다가 추후 일반 업무를 맡긴다. 다른 보험사는 공석이 생길 경우 장애인들을 우선 채용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

중증 장애인을 채용한 곳도 있다. 약관 스캔 등을 처리하는 영업소 직원이나 콜센터 상담원의 건강 관리를 위한 안마사 등이 대표적인 예다. 경증이든 중증이든, 이들 모두 회사에 소속돼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회사에 바라는 것은 자신을 사회에 숨겨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일하며 회사의 구성원으로서의 대우를 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만큼 보험사는 신체적 불편함을 최대한 배려해주되, 우리 보험사의 든든한 직원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심어줄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걸 싫어할 것'이라는 비장애인적이고 통념적인 사회적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봐선 안 된다. 이 문제는 보험사를 나아가 비단 우리 사회 모두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몇 달 동고동락한 적 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꿈을 밝고 희망차게 얘기하며 공부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들이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그때에는 자신의 회사에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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