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한국피자헛 판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갑질에 '경종'

 

하영인 기자 | hyi@newsprime.co.kr | 2017.06.13 17:55:14

[프라임경제] 늘 '상생'을 부르짖는 프랜차이즈업계지만, 실상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가맹사업 관련 분쟁조정 신청은 총 593건에 달한다. 더군다나 민·형사 소송을 비롯해 표면상에 드러난 논쟁 이외에도 본사 횡포에 힘없이 억눌린 수많은 가맹점주 가슴에 맺힌 한이 결코 작지는 않으리라 짐작해본다.

물론 일부 말썽 피우는 가맹점주 문제로 속앓이하는 본사도 적지 않을 것이나 그들이 여러 면모에서 '갑'의 위치임은 자명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장기화되던 법정 공방이 막을 내렸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고등법원에서 한국피자헛의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와 관련해 2심 재판 선고가 열렸다. 법원은 지난해 6월 1심 판결에 이어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일부 승소로 본사가 17억7000만원을 반환하라는 판결이다.

한국피자헛은 2007년 3월부터 매월 매출액 일부를 어드민피로 징수해왔다. 애초 월 매출액의 0.55%씩 어드민피를 내던 가맹점주들은 2012년 4월부터는 0.8%를 지급해왔다. 신규 계약하는 가맹점이나 재계약 가맹점은 어드민피에 대해 동의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해야만 했다. 

어드민피는 가맹계약을 맺으면서 낸 가맹비와 로열티(6%)·광고비(5%)·원재료비·콜센터 외 추가 비용인데 한국피자헛은 구매·마케팅·영업지원 명목으로 이를 가로채 왔다. 

한국피자헛은 본부가 점주들에게 부당이익금을 반환하라는 재판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피자헛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이 와중에도 본사 갑질은 이어졌다. 한국피자헛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송 취하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소송을 취하하지 않을 시 계약 5년 뒤 재계약해주지 않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한국피자헛이 68억원의 부당이득을 수취했다며 과징금 5억2600만원을 부과했다. 한국피자헛 측은 이 역시 가맹계약서에 근거에 적법하게 부과한 것이라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2심에서도 패하자 한국피자헛은 꼬리를 말았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은 가맹점주들에게 '소송 참여와 관계없이 최종 법원 판결에 따라 모든 가맹점주에게 결과를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골자의 공문을 전달했다. 

일부가 아닌 모든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반환하겠다는 조치는 칭찬해야 하는 부분이다. 단지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가맹점주들이 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조치는 아니길 바랄 뿐이다. 

한편 이번 소송전을 이끌며 한국피자헛의 행태를 꼬집은 피자헛가맹점주협의회 외에 일부 가맹점주들은 한국피자헛을 옹호하고 나섰다. 

지금에 와서 한국피자헛의 갑질이 다른 곳보다는 '양호'한 수준이라는 주장은, 늦은 감이 있는 것도 물론이거니와 바닥까지 추락한 이미지를 이제 사 수습하고자 한 본사 측의 뒷공작은 아니었을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프랜차이즈사업 특성상 부정적인 이슈는 전반적인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훼손을 입히기 때문에 모든 가맹점주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번 재판은 대기업의 갑질 횡포를 막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처음 이뤄졌다는 부분에서 뜻깊다. 갑사의 좋은 본보기가 되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서로를 위할 때 위기를 넘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말뿐이 아니라 진정한 상생을 추구하길, 상생은 강조돼야 하는 부분이 아니라 앞세우는 게 우스울 만큼 당연한 부분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