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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킹핀을 찾아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6.15 16:42:27

[프라임경제] 요즈음 대도시는 어디나 주차장 사정이 녹록지 않습니다. 조금 늦은 시각 차를 몰고 퇴근했다 하면 차를 세울 곳을 찾지 못해 빙빙 도는 경우도 생기는데요.

ⓒ 프라임경제

사진 속에는 당당하게 2개 면을 차지하며 비스듬히 주차한 승용차가 눈에 띕니다. 이 곳은 주차장의 가장 안쪽 부분인데요. 원래는 차를 대고 빼는 데 필요한 회전 공간을 감안해 면을 그려놓기 때문에, 각 칸에 하나씩 반듯하게 세우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주차 공간을 찾다 지치면, 저 왜건형 차량처럼 들이대는(?) 차량이 있게 마련이지요. 사실 저 왜건처럼 주차를 해놓으면 나중에 차를 빼달라는 항의성 전화를 받기 쉽기에, 대체로 저런 선택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요, 이런 현상이 유독 자주 반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고질적 주차난이 있는 동네겠죠. 처음에는 억지로 주차를 한 사람이 불편하고 민망하지, 누적이 되고 관행이 되면 이것이 '서로' 불편한 상황으로 변질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런 현상이 심하게 반복되는 동네에선, 당연히 먼저 와서 반듯하게 주차를 해도 되는 사람이 미리 저렇게 차를 비스듬히 주차하고 들어가는 경우까지 생기기도 합니다. 대단한 공간 낭비인 셈이고, 나쁜 상황이 사정을 더 악화시키는 안타까운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사실 저 사진만 보고 누가 잘못한 건지를 딱 꼬집어 이야기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15일 취임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관료 출신으로 아주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다 이번에 경제사령탑으로 영전한 인물입니다. 그는 특히 '킹핀 이론'에 심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볼링을 쳐 본 경험이 있다면 킹핀 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여러 핀 중에서도 특히 공을 어떻게 굴려 어느 부분을 건드리느냐에 따라 거의 전부 넘어뜨릴 수 있기도 하고, 한두개의 핀만 쓰러뜨리는 데 그치기도 합니다.

순전히 운에 달린 게 아니라, 어느 핀을 공략해야 이게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전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찾으면 쉽겠지요. 그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킹핀이고, 이 사회나 경제 현상에서 킹핀이 무엇인지를 다루자는 것이 킹핀 이론입니다.

김 신임 부총리는 현상 속에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우리 사회의 킹핀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 주요 강연이나 간담회 등에서 거푸 이를 거론했습니다.

과연 저 주차장에서 일어난 사안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한 개인의 실수가 연쇄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고 거기만 집중하면 아마 '스모킹 건' 찾기에 그칠 것입니다. 한편, 아마 저 주차장을 가진 건물이나 단지 구성원들이 캠페인을 통해 문제 해결을 해야 근원적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보고 골몰하면 킹핀 찾기가 가능할 것이고, 문제 해결도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우리 사회나 경제 문제가 단순했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사실 어느 핀을 넘어뜨려도 효과가 나오는 시대였던 셈이죠. 그러나 지금은 솔직히 어떤 게 킹핀인지, 누가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인 적폐 세력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킹핀 이론에 관심을 가진 수장이 온 만큼, 이번 경제팀이 다짜고짜 아무 핀이나 닥치는 대로 넘어뜨리겠다는 생각이나 잘못된 핀을 선택해 매달리는 대신 진짜 킹핀을 잘 찾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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