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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추진…스펙 초월 가능?

'채용절차 공정화법안' 개정안 제출…'또 하나 스펙' 인식에 '역차별' 논란

박지혜 기자 | pjh@newsprime.co.kr | 2017.06.16 18:17:05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던 '블라인드 채용' 관련 법안이 제출된 가운데 취업준비생(취준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일부 기업이 탈스펙, 무스펙 전형을 시행했지만 취준생들은 여전히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고, 이같이 과도하게 스펙을 관리한 취준생들에게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공공 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해 통과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부문 입사지원서에 사진, 성별, 나이, 학력 등을 기재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

이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데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의 공통공약이었던 만큼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스펙 초월 채용방식 확대…취준생 스펙 쌓기 여전 

법안 취지와 달리 취준생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스펙 초월 채용 방식이 확대되고 있지만 취업준비생들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사람인에 따르면 구직자 722명을 대상으로 '구직활동 중 스펙 초월 채용을 체감한 적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72.7%가 '없다'라고 답했다. 전체 구직자의 67.5%는 여전히 취업을 위해 스펙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스펙초월 채용설명회에서 7개 기업 인사담당자와 참가 학생들이 스펙초월 채용문화 확산을 위한 합동퍼모먼스를 하고 있다. ⓒ 뉴스1

이에 대해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스펙 초월 채용을 실시하는 기업들 중 지원 자격이 존재하는 기업이 많아 구직자들은 아직 스펙이 좋은 지원자를 뽑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기업이 블라인드 채용을 할 때 서류상으로 학력 등에 대한 정보를 전혀 받지 않는다면 지원자들도 역량만 가지고 평가한다고 인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업들은 학력 등 기본 정보 없이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본 정보 없이 지원자의 능력을 평가하기 어렵고, 지원자의 자질을 파악하기 위해 또 다른 시험을 치러야 하는 이유에서다. 

모 기업 인사담당자는 "전공, 성적 등은 지원자가 사회 진출을 위해 어떠한 준비를 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자료"라며 "오히려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언급했다. 

◆'NCS' 블라인드 채용에 확대…또 다른 '스펙' 인식

문 대통령은 블라인드 채용의 일환 삼아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2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국정기획자문위가 최근 NCS를 블라인드 채용에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제언했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의 내용을 국가가 체계화한 것인데, 지난해부터 과도한 스펙 쌓기를 완화하기 위해 600개 모든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NCS 기반으로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NCS가 또 다른 스펙으로 인식돼 취준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의견도 있다. 취준생들이 오히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또 다른 스펙 준비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자료를 보면 20~34세 구직자 51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한 결과 44.5%가 "채용준비 시 가장 우선으로 NCS채용을 대비한 직무경험 쌓기에 1순위 노력을 기울였다"고 답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 취준생은 "지금까지 이런저런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했는데, 블라인드 채용을 하면 명확한 평가 기준이 없어지는 게 아니냐"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펙을 쌓아야 하는 게 아닌지 오히려 더욱 걱정이 많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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