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회사정리 거자필반] 무리한 짐 나르기, 디스크 와도 산재 불승인?

업무 빈도 등 종합 판단 끝에 인과관계 판단, 세부 내역 따라 인정 여부 엇갈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6.19 10:36:59
[프라임경제]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會者定離)이고 헤어진 사람은 다시 만나게 마련(去者必反)입니다.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하겠습니다.

노동자 주장: 안녕하세요? 제가 근무하는 회사는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불경기로 타격을 받은 이래 계속 경영 사정이 악화돼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사람이 나가도 제대로 충원을 하지 않고 나머지 사람들이 조금씩 나눠 맡는 분위기가 됐고요. 또 그러다 보니 여러 부서로 나눠서 처리하던 일을 통합해서 '네 일 내 일이 따로 없이' 일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그나마 중간중간 들어오는 주문이 고맙기는 하지만, 이걸 탄력적으로 대응할 인력을 새로 붙여주거나 하다 못해 아르바이트생이라도 쓸 것은 엄두도 못 내고요. 그러니 시시때때로 공장을 무리하게 돌리고 여기저기서 일손을 끌어다 업무를 맡기고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이죠.

허리에 부담되는 작업을 해 흔히 말한는 디스크가 생긴 것도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원래 저는 총무 업무만 하면 되지만, 납품 일정이 급한 경우엔  우리도 공장에 넘어가 각종 일을 돕는 경우가 자주 생겼던 것이죠. 

제가 디스크 발병 후 일기 등을 근거로 따져 보니 매년 3~7월에 급한 일정이 자주 생겨서 한 달에 3~4회 정도 25㎏ 무게의 포대를 날라 차량에 실어주는 걸 도왔고, 7~10월 중에는 한 달에 10일 정도 부품공급업체에서 들어오는 박스를 물류창고에 쌓는 작업 등을 했더라고요.

그런데 왜 산업재해로 요양 승인이 안되는지 궁금합니다.

공단 주장: 우리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이 주장 내용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업무가 신체에 일부 무리를 주는 것이었다 해도 줄곧 해당 업무에 종사한 게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요양 승인 신청 내용을 보면, 허리에 부담을 주는 업무가 과연 이 사람의 허리 디스크 발병에 어느 정도 중요성을 차지하는지, 대단히 회의적입니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허리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업무 비율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이는데요, 디스크 발병에 업무가 기여한 것보다 자연스럽게 온 노환이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발병 사유에 합리적 의심이 간다면 우리 공단으로서는 산재라고 무리하게 인정해 줄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울행정법원 2014구단52308사건을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경제 사정이 어렵다 보니 다른 사람의 업무를 '대타'로 수행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상시적으로 질병 발생 원인에 노출됐다고 볼 수 있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는데요.

허리 디스크 즉 요추 추간판 탈출증은 무거운 것을 드는 무리한 동작으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일종의 퇴행성 질환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업무를 진행한 것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기왕에 나이가 들면서 온 디스크가 업무로 인해 발병한 혹은 악화된 것처럼 보이는 데 불과한지, 저울질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건은 2013년 법원의 불승인 결정에 반발, 2014년 법원에 사건이 접수돼 2016년 3월 1심 판결, 이후 4월에 공단 항소 포기로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사건 다툼 과정에서 발병 원인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고 지루하게 이뤄진 셈이죠.

결국 사안을 맡은 재판부에서는 "허리 디스크는 기본적으로 퇴행성 질환으로 노동자가 이미 어느 정도 퇴행성 디스크가 진행됐다"며 "디스크 발병에 업무가 기여한 정도가 30% 정도에 불과하므로 노동자의 디스크는 퇴행성 변화를 비롯한 다른 원인으로 발병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와 달리, 매일 같은 작업을 해 무리가 생겼다면 인과관계 인정을 하고 있죠.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매일 상당한 분량의 무거운 짐을 다른 작업자와 나르다 디스크를 얻은 사람이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2015누53772)에서 업무와 디스크 발병과의 관계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결국 작업의 강도와 빈도 등 상식적인 선에서의 연결고리, 또 의료 판단이 복합해 작용하는 게 작업과 디스크 산재 요양의 핵심이라고 하겠습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