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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대의 글쓰는 삶-38]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최고

 

이은대 작가 | press@newsprime.co.kr | 2017.06.20 20:39:31

[프라임경제] 아주 어릴 적, 감기에 걸리거나 입 안에 상처라도 생기는 날이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예외 없이 같은 말씀을 하셨다.

"잘 먹으면 낫는다."

세상살이 경험도 부족하고, 머리가 굵어지지도 않은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말을 너무 많이 들었던 탓인지 나는 그 말이 곧이들리지 않았다. 그저 아들이 밥을 잘 먹도록 하기 위한 부모님의 방법이려니 흘려듣곤 했었다.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때로 지치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불안해지기도 했다. 술, 담배, 커피 등 건강에 해로운 것들을 가까이 하게 되면서 몸 구석구석 탈이 나는 경우도 많았다. 병원에 가거나 한약을 짓거나, 곁에 앉은 아내조차도 같은 말을 했다.

"푹 자는 것이 최고입니다."

누군들 푹 자고 싶지 않겠는가.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해야 하는 월급쟁이의 비애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에 울컥 치밀기 일쑤였다. 게다가 주말에 마음먹고 열 시간쯤 잠을 자고 일어나도 여전히 개운치 않은 몸의 상태를 느끼면서, 푹 자면 만상형통이라는 말에 대해 전혀 신뢰감을 갖지 못하게 됐다.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정말 행복한 삶의 기본일까? 최근 들어 나는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하고 있다. 잘 먹고 잘 잔다는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고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 먹는다는 말은 제대로 먹는다는 의미다. 음식을 섭취하는 순간만큼은 내가 먹는 음식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나는 하루 세 끼 식사를 하면서 단 한 번도 '먹는 행위'에 집중한 적이 없었다.

입에다 음식을 넣고 있으면서도 회사 일을 생각하고 있었고, 업무상 전화를 받으면서 밥을 먹은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수저를 놓기 바쁘게 다시 일터로 향했고, 소화제를 끼고 살았을 정도다.

오죽하면 점심시간이 끝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뭘 먹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했을까.

잠도 마찬가지였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는데, 곧바로 잠에 빠져든 적이 거의 없었다. 내일의 할 일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오늘 다 하지 못한 일들이 스트레스로 남았다.
몇 시간을 잤느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툭하면 잠에서 깼고, 새벽에도 몇 번씩 일어나 앉기를 반복했다. 늘 피곤했고, 지쳤고, 힘들었던 시기다.

요즘은 제대로 먹는다. 먹는 시간을 즐긴다. 평생을 먹은 음식인데 맛이 새롭다. 즐겨먹지 않던 채소와 나물도 희한하게 맛이 난다.

하루 세 번 식사를 하는 시간만큼은 어떤 상념도 떠올리지 않기로 작정하고 시작한 '잘 먹는 습관' 들이기다. 가족과 반찬을 주제로 대화하고, 웃고, 챙기며 먹는 것에 집중한다.

하루 네 시간, 숙면을 취한다. 머리가 베개에 닿는 순간 어김없이 깊은 잠에 빠져든다. 새벽 4시, 눈을 뜨면 온 몸이 개운하다.

에너지가 몸속으로 마구 들어 오는듯한 느낌이다. 이 또한 완벽히 '잘 자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한 후부터 생긴 변화다.

잘 먹고 잘 자는 것은 많이 먹고 많이 자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먹는 순간에 집중하고, 자는 순간에 집중함을 뜻한다. 먹고 자는 일 뿐만이 아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순간에 집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만족하고 감사하며 행복을 느끼게 된다. 잘 먹고 잘 자면 건강해지고, 만사가 잘 풀린다는 옛 선조들의 지혜가 새삼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은대 작가 / <내가 글을 쓰는 이유>,<최고다 내 인생>,<아픔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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