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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여성의 하지정맥류, 남성의 정계정맥류

 

심봉석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 press@newsprime.co.kr | 2017.06.23 16:09:55

길을 걷다가 앞에 높은 하이힐에 늘씬한 여자의 다리를 보았다.
찰나에 시선을 강탈했지만, 바로 정신을 차리고 내 다리도 예뻐하며, 눈을 돌렸다.
내 다리를 보는 순간 절망한다.
길고 딱딱한 다리에 뱀 같은 굵은 핏줄이 알콜에 잔뜩 발기돼 부풀어 있다.
살모사가 꿈틀거리며 살을 찢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프라임경제] 이철경 시인의 '하지정맥류'라는 시다. '꿈틀거리며 살을 찢고'라며 하지정맥류의 불편함이 사실적이면서도 실감나게 묘사돼 있다.

이 시인은 여성의 다리는 예쁘고 남성의 다리에는 정맥류가 있다 표현했지만, 실제 종아리에 시퍼런 혈관이 툭툭 튀어나와 좀처럼 치마를 입지 않는 여성들도 많다. 이런 혈관줄기들은 보기도 싫을뿐더러 다리가 저리거나 아파서 생활에 많은 불편을 초래한다.

정맥 혈관 내에는 혈액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판막이 존재한다. 종아리의 피부 가까이 위치한 표재정맥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혈관 벽이 약해지고 판막이 망가지며, 혈액이 저류돼 정맥이 늘어져서 피부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하지정맥류(varicose vein)'다.

비만이나 △운동 부족 △과음 △흡연 △오랫동안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잘못된 생활습관 등이 하지정맥류의 위험요인이다. 남자보다는 30~40대의 여자에서 흔하고, 임신 중에 나타나기도 하는데 대개는 출산 후에 자연적으로 소실된다.

하지정맥류가 있으면 발이 저리고 무겁고 쉽게 피곤해지고 아프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증상이 더 심해지고, 새벽에 종아리가 저리거나 아파서 잠을 깨게 된다.

진단을 위해서는 도플러 초음파 검사나 컴퓨터단층정맥조영술을 시행한다. 처음에는 보기 싫은 것이 문제지만 방치하면 △하지부종 △혈전 △궤양 등이 발생하므로 조기에 치료받는 것이 좋다. 초기에는 누워서 다리를 높이 올리는 것만으로 혈관의 확장이나 불편함이 없어진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압박스타킹을 착용하거나 △약물경화요법 △레이저요법 △수술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담배를 끊고 몸에 꽉 끼는 옷이나 부츠를 피하고 비만이나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남성의 경우 평소 자세히 보지 않던 음낭을 어느 날 우연히 보니 상단 피부에 지렁이 같이 얽혀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는 경우가 있다.

음낭의 고환에서 나오는 정맥혈관이 확장되어 꼬불꼬불하게 엉키고 부풀어 오르는 '정계정맥류(varicocele)'다. 겉으로는 딱딱한 혹처럼 보이지만 만져보면 말랑말랑하다. 하지정맥류와 마찬가지로 음낭에서 나오는 정계정맥의 판막이 불완전하거나 망가지면 발생한다.

대부분 좌측 음낭에서 발생하고 소아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발병한다. 이는 남성불임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불임 남성의 20~40%에서 발견된다.

정계정맥류가 발생하면 저류된 혈액에 의해 음낭의 온도가 올라가고 저산소증, 독성물질의 역류 등으로 고환의 기능이 떨어진다. 이로써 정자의 생성이 줄어들고 정자의 활동성이나 움직임이 저하돼 불임의 원인이 된다.

정계정맥류는 보통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성인은 불임을 검사하는 과정, 청소년에서는 음낭에 덩어리가 만져져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아이들은 "지렁이가 있다"고 표현한다.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음낭의 통증인데, 오래 서 있거나 오랫동안 금욕을 한 경우에 통증이 심해진다.

정계정맥류의 진단은 서 있는 자세에서 음낭 피부에 구불구불한 혹으로 확인된다. 초음파 촬영을 통해 늘어난 정맥의 정도를 파악하고 고환의 상태를 확인한다. 성인의 경우 불임과 관련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정액검사를 시행한다.

정계정맥류에서 항상 불임과 통증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자연적으로 소실되지는 않고 치료하지 않으면 점점 심해진다. 청소년기에 발견된 정계정맥류는 치료를 하는 것이 좋고 성인의 경우에는 증상이 없거나 불임이 아니라면 굳이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가장 일반적인 치료법은 서혜부에서 개복하여 정맥혈관을 묶는 수술요법이다. 정계정맥류를 수술로 치료하면 고환의 발육장애는 수술 후 70%에서 회복되고 가임력은 상당 부분 교정이 된다. 불임남성에서 수술 후 평균 43%가 임신에 성공했다고 한다.

심봉석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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