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회사정리 거자필반] 경영난 LED공장, 해고회피노력 얼마나 기울여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6.28 09:49:00
[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會者定離)이고 헤어진 사람은 다시 만나게 마련(去者必反)입니다.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하겠습니다.

사용자 주장: 안녕하세요? 저희는 일본과의 합작으로 LED 조명기기를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즉 생산하고 국내 판매를 하는 구조였는데요. 경영난에 따라 이번에 '생산부문'을 모두 해고하고 일본 기업의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들여와 판매에만 주력하는 회사로 구조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LED 등 발전을 계속하는 영역은 수익을 맞추는 게 쉽지 않습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수요가 새로 창출돼 전망이 밝아 보이다가도, 어느 틈엔가 중국이 치고 들어오면 따라잡히기 일쑤죠. 저희가 겪는 경영난도 어떤 노력에 따라 극복하기에는 이런 중국 리스크 때문에 더 이상 시장 상황이 호전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미 2009년과 2010년 무렵 경영이 심각하게 어려워진 바 있습니다. 당시 노조와 의논해 해고회피노력을 하고 인력을 유지하기로 했었죠. 하지만 더 이상 적자를 방치하는 경우 회사의 도산이 예상된다는 컨설팅 결과가 이번에 나왔고, 합작 파트너인 일본 측 반응도 중국 공장에서 물건을 들여다 판매만 하는 게 한국 시장에선 승산이 있다는 것이라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생산직 근로자들을 우선 해고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된 것인데, 기준을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적용하면 문제가 없는 게 아닐까요?

가장 큰 문제는요, 사실 2007~2008년경 이미 선제적 대응을 통해 LED 사양길 위험을 회피할 수 있었던 걸 노조의 억지로 놓쳤다는 겁니다. 이때 티비나 노트북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LCD화면을 만들 때 백라이트 유닛 부품으로 CCFL 대신 저희가 생산하는 품목인 LED를 선호했죠. 그래서 외형상 매출이 커진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LED 반짝 호황만으로는 미래 성장동력이 없다며 회사에선 반도체 관련 사업 전환을 추진하려고 했었죠. 하지만 노조가 반도체 생산 사업은 하지 말고 LED에만 매달리자고 억지를 부렸던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어느 면에서 보나 노조와 직원들이 이 경영 위기에 대해 책임과 고통 분담을 해줘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노동자 주장: 안녕하세요? LED 생산에 매달리다 보니 업계 동향이 급격히 바뀌는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게 된 점은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또 경영난을 오래 겪으면서도 회사 운영에 힘써 준 경영진의 노고도 모르는 바 아닙니다.

하지만 2008년 당시 저희 직원들이나 노조가 사업 전환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LED가 아닌 다른 부문인데 주력을 변경한다는 핑계로 고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저희가 합작 법인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주요 기계나 생산 라인을 다른 나라로 옮기고 철수할 위험이 다른 업체에 비해 크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이죠.

또 회사에서는 2010년경 급격한 경영상 위험이 있었으며, 이때 이미 해고 필요성이 있었지만 해고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때 경영이 어려웠긴 하나, 2015년 2월 사업 계획서에는 생산금액 증가(28억→31억원)가 거론되는 등 업황은 계속 등락이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긴박한 위기이거나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적자의 누적이라기 보다는 그냥 만성적으로 어려운 경영 상황이 아닐까요?

-중앙노동위원회 2017부해143/부노 16 병합 사건을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요새 기술의 발전이 그야말로 눈부시죠. 근 10년만 돌이켜 보더라도 1980년대,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몇 년을 모두 아우른 기간에 기술이 발전한 것보다 더 큰 변화가 그야말로 상전벽해로 일어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와중에 처음에는 촉망받았지만 이후 다른 기술과 제품의 발전에 따라, 바람처럼 스쳐간 사례들도 대단히 많다는 것이 새삼스럽네요.

이번 분쟁 역시 사양길로 급격히 접어든 영역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사정이 급변하니 적자 문제도 갑자기 예측 불가능하게 커지고, 사업 자체를 어떻게 꾸릴지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결국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건을 받아 한국에서는 판매만 하기로 일본 합작사 측과 결론 내린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경영상 위험에 따른 해고를 추진할 때는 이를 최선을 다해 회피해야 합니다. 회사에서는 이 노력을 이미 기울인 바 있다고 하지만, 그 시점이 너무 과거라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봤습니다.

2009년과 2010년 한 노력을 언제까지 내세울 수는 없다는 지적인데요. 새롭게 다시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과 노조와의 대화를 실질적으로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죠.

아울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해도 생산직만 가려 모두 내보내겠다는 식으로 해고 계획을 수립해 압박한 점 역시 정당한 위기 회피로써의 해고 추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회사 주장 대신 노동자 측 주장에 중앙노동위가 손을 들어준 이유입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