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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형의 M&M] 신념을 저버린 그들의 '우상숭배'

Creed - Who's Got My Back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7.06.28 11:46:05
[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M(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신념의 사전적 정의는 '자신이 가진 견해와 사상에 대해 흔들림 없는 태도를 취하고 변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종교에 대입했을 때는 그 '종교가 추구하는 교리 혹은 믿음을 지키는 일'까지로 해석할 수 있겠죠.

이런 신념을 만약 누군가 저버렸다면 그는 주변으로부터 비난과 조롱을 받게 될 텐데요. 그가 진리를 찾아야 할 종교인이라면 그 지적은 한층 더 날이 설 수밖에 없겠죠. 

나아가 신념을 자신의 지위나 물질을 지키기 위하는 데 이용했다면, 그들이 주장한 믿음과 교리는 물론, 그들이 믿는 신(神)까지 한꺼번에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열두 번째 「M&M」에서 감상할 곡은 미국 포스트 그런지 록그룹 크리드(Creed)의 불안한 신념 '후스 갓 마이 백(Who's Got My Back)'입니다. 

1995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결성된 크리드는 팀의 리더이자 보컬과 작곡을 맡은 스코트 스탭(Scott Stapp)의 영향을 받아 기독교적 성향을 띄는 밴드인데요. 아버지가 목사인 스코트 스탭은 엄격한 기독교 가정에서 성직자의 아들이라는 시선과 종교적인 압박 아닌 압박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러나 그는 10대 시절,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록 밴드 중 하나, 현대 록 음악의 거장이자 모던 록의 선구자로 꼽을 수 있는 아일랜드 출신 록 밴드 U2의 음악을 들으며 록에 대한 갈망을 키우는데요. 결국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며 록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됩니다. 

아버지의 뜻에서는 어긋났지만, 그가 만든 록 밴드의 성향만큼은 종교적 색채를 띱니다. 밴드의 이름인 'Creed'가 종교적 교리, 신념, 신조를 뜻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이렇게 탄생한 크리드는 포스트 그런지의 대표적인 밴드로 평가받게 되는데요. 이들은 자신들의 개성을 살리며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면서도 너바나, 앨리스 인 체인스, 펄 잼, 스톤 템플 파일럿츠 등 선대 그런지 밴드들의 음악을 계승한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죠. 

크리드의 공연 중 모습. ⓒ 구글


크리드는 기존 그런지의 어두운 느낌이 나면서도, 공격적인 보컬과 기타연주로 활기찬 분위기를 표현하는 서던 록(southern rock) 스타일도 연출하는데요.

이런 특징은 음악계엔 새로운 충격을 주고 대중들의 큰 인기를 얻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실제, 크리드는 첫 앨범을 발매하자마자 앨범 판매량에서 여섯 번의 플래티넘을 달성하기도 했죠.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도 잠시, 열한 번의 플래티넘을 기록한 정규 2집 이후 크리드는 멤버 간의 불화로 베이시스트 브라이언 마샬(Brian Marshall)이 인기에 눈이 멀어 선대 그런지 밴드 '펄 잼'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자 나머지 멤버들이 '오만한 발언'이라며 그를 몰아세워 밴드 존속 위기에 처합니다. 

이 시기 크리드는 다른 밴드들과 일부 대중들에게 비판을 받게 되는데요. 그나마 다행히 문제를 일으킨 멤버, 브라이언 마샬만 퇴출시키고 3집 앨범을 발매하기에 이르죠. 

이와 관련, 당시 밴드의 드러머 스코트 필립스(Scott Phillips)는 "우리는 그동안 깎일 대로 깎이며(Weathering) 살아왔지만 계속 나아갈 것이다. 사람들이 뭐라던, 우리 방식대로 가겠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적도 있습니다. 

이 말이 한 멤버의 독단적인 발언이 아닌 남은 크리드 멤버 모두의 입장이었을까요. 일련의 시련을 겪은 이후 발매된 3집 앨범의 이름은 'Weathered'였습니다. 바로 오늘 들려드릴 곡 'Who's Got My Back'이 수록된 앨범이죠. 

앨범 발표 전 '수많은 비판에도 끄떡하지 않겠다'는 포부를 보였지만, 수록 곡 '후스 갓 마이백'에서는 위태로움이 느껴집니다. 

도망치고. 숨고… 우리에게 신성했던 모든 것들. 모든 흔적들을 봐. 약속은 인류에 의해 깨어졌어. 이젠 머리를 기댈 어깨가. 쉴 수 있는 어깨가 사라져 버렸어. 이젠 누가 내 뒤를 봐주지? 남아있는 것은 속임수와 협잡뿐인데.

곡 중 화자는 나를 보살펴줄 누군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한탄합니다. 또 무슨 이유인지 누군가에 의해 신성한 약속이 깨졌다고 처량한 듯 탄식을 내뱉기도 하는데요. 밴드 성향 때문일까요. 이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은 왠지 모를 종교스러움도 느껴집니다. 

사실 이 곡은 크리드가 처음 시도한 '다크 발라드'라는 장르로, 어둡고 처량한 분위기는 곡 인트로부터 아웃트로까지 이어지는데요.

특히 인트로 부분엔 체로키족(북아메리카 남동부, 애팔래치아산맥 남부에 거주하는 인디언부족)의 보컬리스트 보 테일러(Bo Taylor)의 토속적인 보컬까지 삽입되면서 몽환적인 느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가사에서도 처량한 분위기와 버림받은 듯한 화자의 탄식은 끊이지 않는데요. 계속되는 화자의 한숨은 어느새 타령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연결고리는 끊어졌어. 이제 진실이란 무엇이지? 아직 시간은 있어. 깨달아야해. 황폐화됐던 모든 것들이 재창조될 수 있도록. 부서진 삶의 조각을 주워 담아. 머리를 기댈 수 있도록. 하지만 지금 내 뒤는 누가 봐주지? (중략) 진실을 말해줘. 우리에게 지금. 내 등은 누가 받치고 있는지. 남은 것은 속임수와 협잡뿐인데. 연결고리는 끊어졌어. 이제 진실이란 무엇이지?

초입부에 드러낸 한탄과 크게 다르지 않죠. 이처럼 크리드는 8분26초 동안 똑같은 깊은 한숨과 탄식을 반복해 내지릅니다. 진실을 찾기 위한 연결고리가 끊어졌고, 기댈 수 있는 어떤 존재가 불투명했다고 말입니다.

앞서 설명한 명제처럼 이들의 노래를 종교에 대입해볼까요. 먼저 그들이 지켜야할 신성한 신념이 인류, 즉 인간들의 부패(속임수와 협잡)와 외면(도망치고 숨고) 때문에 깨져버렸고, 이 결과 구원을 약속한 구세주가 등을 돌린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거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는 우리가 속임수와 협잡으로 지켜내던 신성한 약속이란 허상을 더 이상 사람들이 믿지 않기 때문에 우리를 심적, 물질적으로 지탱해주던 손길이 끊어져 처량해졌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죠. 

그리고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즉, 더 이상 허상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다시 속이기 위해 부서진 허상의 조각을 주워 담아 재창조해야 한다는 다짐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아주 음모론적인 관점이죠. 

음모론적이라고 해도 만약 이 시선이 맞다면, 크리드의 성향은 돈만 밝히는 사이비겠지만, 적어도 크리드는 종교를 물질적인 수단으로 이용하진 않습니다. 

이들은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자신들의 성향에 맞게 정규 2집 'Human Clay'에 수록된 곡 'With Arms Wide Open'의 이름을 딴 자선단체를 설립해 2000년도부터 사회에 자신들의 돈을 환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다르죠. 정확히는 '한국 교회도 그렇다'라고 할 수 없겠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정책을 앞두고 '유예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는 중입니다.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종교단체에 일반적인 사업장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해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조세공평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예정대로 종교인 과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것입니다. 

사실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근로소득자들도 피해갈수 없는 게 '과세'이지만, 종교인에게는 예외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또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종교인 과세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뿐 이기도 하죠. 

이런 상황에 일반 국민들도 종교인 과세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다수입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80% 이상의 국민들이 종교인 과세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죠. 

그럼에도 정부의 종교인 과세 법제화는 지난 1968년 추진이 한 차례 무산된 이후 약 50년 동안 제자리걸음인 실정입니다. 법제화 제동의 가장 큰 원인은 종교계의 반발 때문이었습니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매년 약 7조원이 종교단체에 기부되고, 기부금세액공제로 1조원이 세액 감면되는 상황입니다. 또 종교시설에 대한 재산세 감면 등 지방세 감면도 3000억원에 이르죠. 매년 1조3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이 종교단체에 지원되는 셈입니다. 

종교인 과세 정책을 두고 유예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 구글


이런 공제혜택은 여타 비영리단체에도 적용되지만, 다른 비영리단체는 기부금 공제혜택을 해산 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타비영리단체에 재산을 귀속시키는 조건이 있지만 종교단체에는 이런 조건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과세를 피하겠다는 종교계의 반발이 계속되는 것은 그들 자신을 조세회피, 검은돈, 돈세탁을 일삼는 불의한 집단으로 자승자박의 올가미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그리고 이를 대응하면 크리드의 노래는 올바른 신앙이 변질됨을 안타까워하는 것이 아니라 속임수로 지켜온 돈줄이 끊어짐을 아까워하는 조잡한 연주가 되겠죠. 

'대지'의 작가 펄 벅(Pearl Buck)은 현대인들의 세 가지 우상으로 돈, 권력, 쾌락을 꼽았죠. 무엇보다 기독교에는 '나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교리도 있습니다. 여기에 지정한 신은 펄 벅이 뽑은 세 가지 우상도 포함되죠.

무엇보다 종교는 돈이라는 물질적인 것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자유로워야 하는 집단이어야 한다는 것만 잊지 않길 바랍니다. 세금을 낼 수 없다는 이유가 교회는 사업장이 아니고, 오롯이 신앙을 나누기 위한 집단이라고 주장한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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