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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영등포 '도시재생'의 미래…건물이냐, 아이디어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6.29 10:26:22

[프라임경제] 사진은 일본 후쿠오카의 명물인 '캐널시티' 내부의 모습입니다. 정식 명칭은 '캐널시티 하카타'이지만 흔히 캐널시티로 줄여 부릅니다. 즉 운하(캐널)가 빚는 풍경이 주가 되고, 또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사실입니다. 도시 중심을 흐르는 하카타강 옆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180m의 인공 운하를 따라 다양한 건물들이 즐비하죠.

ⓒ 프라임경제

그런데 왜 정작 소개하는 건 잘 꾸며놓은 내부 사진이냐고요? 먼저 말씀드렸듯, 인공 운하를 활용하고, 그 옆에 건물을 세운 것이 명소 역할을 하는 건 맞습니다. 상점·레스토랑·영화관·공연극장·놀이공간·호텔이 있다는 점은 여타 도시의 다른 쇼핑몰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저 물이 흐르는 쇼핑몰 혹은 쇼핑거리 이상으로 기능하고 독특한 모델이자, '도시재생'의 성공 케이스로까지 거론하는 이가 많은 이유를 설명하려면 내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96년 4월20일에 쇠락한 도시를 뜯어고쳐 새로운 명물로 탄생시킬 때 단순히 놀기 좋은 곳, 다양한 아이템의 집합체로 만족하지 않고 '도시의 극장'을 주제로 잡고 만들기로 구상을 세웠고, 잘 꾸미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음으로 양으로 내뿜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근 서울시에서 영등포역 근처를 새롭게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데요.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세부 논의에 들어간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영등포삼각지-경인로-문래동 일대를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 사업지로 선정했는데, 고질적인 낙후 지역인 영등포역 근처를 어떻게 고칠 것인지 특히 관심이 모아지고 있죠. 영등포역 인근은 1970~1980년대 각광을 받은 바 있으나, 쪽방촌이나 집창촌 등 재정비 문제가 걸림돌이 돼 낙후된 지역으로 남아있습니다. 영등포스퀘어 등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섰음에도 반쪽자리 발전 지역이 된 것이죠.

다행히 '경제개발형' 추진, 즉 지금까지 추진해온 주거지 도시재생만이 아닌 지역경제와 주거환경을 모두 개선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해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핀테크(금융기술)' 중심으로 키운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목표가 잘 달성될지 확신하긴 아직 이릅니다. 결국 몇몇 건물들만 쭉쭉 올리고 부동산 값만 들썩이게 되는 기존의 개발과 비슷하게 끝날지 우려가 있는 거죠. 특히 이번 영등포 도시재생 목표의 바로 인근에 있는 여의도를 타산지석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로 키운다는 이야기가 나왔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쇼핑 쟁점 개발로 들썩이고 있죠. 한국거래소의 부산 이전을 시작으로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 메리츠자산운용 등의 금융회사들이 여의도를 빠져나가는 한편 대형 쇼핑몰들이 잇따라 들어서는 양상입니다.

IFC를 생각할 때, 사람들은 대개 '금융'보다는 '몰'을 떠올리고요. 공사 중단 상황에 빠져있던 파크원도 작업을 재개해 2020년 완공, 쇼핑의 메카가 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삼 캐널시티를 생각해 봅니다. 물이 흐르는 운하 옆 쇼핑몰에 만족했다면 겉이 멋진 쇼핑몰에 불과했을 겁니다. 하지만 '도시의 극장'이라는, 뭔가 추상적이지만 사람들을 가슴뛰게 하는 '꿈'을 갖고 노력한 결과 후쿠오카만의 명소이자 도시 재생의 세계적 성공 사례가 됐지요. 

이번 영등포 도시재생 역시 이런 모습이길 바랍니다. '경제개발형'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단지 미명이나 또 다른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 사례 같은 어중간한 실패 아닌 캐널시티 같은 핵심 아이디어 역할을 해줄 것도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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