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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 세수 확보에만 혈안?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논란

 

하영인 기자 | hyi@newsprime.co.kr | 2017.07.03 17:38:50

[프라임경제] 최근 담배업계는 '궐련형 전자담배' 관련 세금 정책이 단연 화두다. 궐련형 전자담배 인상안이 국회 계류 중으로 이달 내 임시국회에서 상정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내 정황을 살펴보면 필립모리스가 지난달 선보인 '아이코스'를 시작으로 다음 달 BAT코리아의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KT&G도 연내 맞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이코스의 담배소비세(1g당 88원)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1g당 73원)은 각각 액상형 전자담배와 비슷한 수준으로 부과하고 있다. 

개별소비세를 파이프 담배에서 얼마나 올리느냐가 쟁점인 가운데 야당인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은 일반담배 수준의 인상안을, 여당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담배 수준의 세금 인상안을 발의한 상태다.

누가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느냐에 따라 아이코스 전용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이 1300원대에서 1500원대 또는 두 배가 넘는 2900원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선 사례를 봤을 때 담뱃세 인상을 발의한 의도가 곱게만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는 금연 정책으로 국민 건강 증진을 내세워 담뱃세를 2000원 인상했다. 그러나 세수만 크게 늘었을 뿐 금연 효과는 미미했고 '증세 꼼수'라는 꼬리표만 달렸다.

실제 정부는 담뱃값 인상에 앞서 2015년, 2016년 담배 판매량이 28억7000만갑 수준으로 예상했으나 실판매량은 각각 33억3000만갑, 36억6000만갑에 달했다.

반면 세수는 이 기간 약 6조9905억원에서 2조780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10조5181억원, 12조3761억원으로 예상치를 훨씬 웃돌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렇게 5조원 이상의 세금을 더 걷었음에도 정작 금연지원 정책은 등한시했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5년 금연 지원 서비스 사업 예산은 고작 1475억원에 불과했다. 이듬해는 1365억으로 줄어들기까지 했다. 심지어 시행 중인 금연 사업조차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민 건강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웠을 뿐, 결국에는 세수 확보에 목적을 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세금 인상이 결론적으로는 금연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또다시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을 두 배가 넘는 일반 담배 수준으로의 인상안을 주장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저 얼마나 더 세금을 걷을 수 있을지 궁리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유해성을 근거로 들었다가 한발 물러섰다.

업계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덜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담배에 직접 불을 붙이는 기존 궐련과 달리 전용 담배를 휴대기기에 끼워 고열로 가열하는 방식으로, 유해 물질 흡입량이 일반 담배 평균 10% 수준에 그친다는 게 담배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런 점이 부각돼 금연은 힘들고 기존 전자담배와는 맞지 않았던 일부 소비자들이 기대감 혹은 호기심을 내비치고 있다. 아이코스는 현재 곳곳에서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 상태다. 

정부는 유해성이 덜하다는 회사 측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유해성 검사에 나섰다가 기술적 문제에 발목 잡혔다. 기존에 보유한 기기로는 검사가 쉽지 않아 새 기기를 만들어야 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당장에 검사는 물 건너갔지만, 김 의원 측은 굴하지 않고 유해물질이 적다고 홍보하는 것은 청소년 흡연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에 담배업계는 해외 사례를 보면 궐련형 전자담배를 선택한 사람 대부분이 기존 흡연자였기 때문에 담배 수요를 늘리지는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검사 결과가 없기 때문에 과연 덜 유해한지, 더 유해한지, 비슷한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궐련형 전자담배를 먼저 출시한 해외에서는 유해성이 적다고 판단, 일반 담배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름부터 전자담배인 것을 연초라고 우기며 일반 담배 수준의 세금 인상을 고집하는 것은 결국 서민 증세 부담만 가중하는 일이다.

정부는 새로운 형태의 담배 기준을 정하는 데 적어도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궐련형 전자담배와 연초의 유사성만을 들어 무작정 높은 세금을 책정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전자담배와의 유사함은 왜 인정하지 않는가? 

세금이 높다해 수요가 줄어드는 것도 잠시다. 소비자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정부는 세금 인상에 급급하기보다는 실질적인 금연 정책에 더 힘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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