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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벤토탐방] 질 좋은 편의점 '소바벤토'

"벤토 알면 문화 보이고 문화 알면 일본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7.07.04 11:14:22

[프라임경제] 소바는 메밀을 원재료로 만든 면, 또는 그 면을 이용한 요리를 말한다. 스시·텐푸라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요리다. 지역에 따라 면 색상이나 메밀 함량이 다르고 성분에도 차이가 있다.

선호도 높은 로슨 편의점의 자루소바·유부초밥 세트. ⓒ 로슨 홈페이지

일반적으로 면의 점착성을 높이기 위해 밀가루·계란·고구마·해조류(청각) 등을 넣고 검정깨·김·녹차를 첨가해 풍미를 더한다.

소바에는 루틴이라는 약용 성분이 있어 고혈압을 예방하고 혈관의 산화를 늦춰준다.

또 비타민 B1이 풍부해 각기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으며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도 유용하다. 하지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들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소바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나라시대 초기로 약 1300년 전이다. 처음에는 식량이 부족할 때 구황식품으로 존재감이 드러나는 정도였다.

1000년경 도묘(道命)라는 승려가 민가에서 소바 요리를 대접 받고 "밥상에 말도 안 되는 요리가 나왔다"는 표현을 했을 정도로 당시 상류사회는 소바를 음식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 후에도 소바는 죽이나 납작한 과자 형태로 변신해 서민 곁을 지켰다. 

요즘 같은 '소바기리(소바면)'와 조리법이 완성된 것은 1600년대 에도시대 초기다. 이때부터 사찰에서 '테라카타(寺方)소바'라는 다도 메뉴가 개발됐으며 일반 가정에서도 쌀을 대체하는 주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침내 장군가에 헌상되는 귀한 몸이 된다. 이 배경에는 밀가루 혼합 방법을 알려준 원진(元珍)이라는 조선 승려의 역할이 있었다는 설이 있다.

소바는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한다. 먼저 우리나라 판 메밀과 흡사한 '츠케소바'가 있다. 소바 중 가장 오래 된 형태로 흔히 '모리(盛り)소바'와 '자루(ざる)소바'로 통용된다. 모리는 수북하다는 의미고 자루는 대나무 발을 뜻한다. 

초기에는 면 점착성이 약해 삶지 못하고 '세이로'라는 발 위에 얹어 쪄내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조리된 면을 소바용 츠유에 찍어 먹었다. 이때 따라 나오는 무즙과 쪽파, 와사비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양념이다. 

자루소바는 모리소바의 고급형으로 탄생한 후발주자다. 당시 자루소바는 츠유의 간을 조절할 때 귀한 설탕을 사용했다. 메이지시대에는 고가품이었던 김을 얹어 모리소바와 차별을 꾀했다. 

설탕이나 김이 보통 식재가 된 요즘도 변함없이 김을 뿌려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츠유를 담아내는 호리병을 '토쿠리(徳利)', 츠유용 종지를 '쵸코(猪口)라 부른다.

두 번째가 '카케소바'다. '카케'는 음식에 소스나 육수를 '친다' '붓는다'는 의미다. 이 소바의 외관은 흰 밀가루 면 대신 메밀 면이 들어간 우동 형태다. 에도 중기 성미 급한 에도 사람들의 짐을 나르던 인부들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면에 국물을 부어 먹기 시작한 데서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돈부리처럼 그릇 하나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얻었고 곧 각지로 퍼져 나갔다. 원래는 찬 음식이었지만 겨울용 뜨거운 국물이 개발되며 대중음식으로 탈바꿈한다. 에도 말기 1789년 같은 뿌리였던 '붓카케소바'와 갈라져 카케소바라는 이름으로 독립한다. 

400년 이상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는 붓카케소바는 넓고 깊은 사기그릇에 오이·쪽파·김·계란·소보로 등을 올린 모습이 마치 잘 차려진 우리 비빔국수를 떠올리게 한다. 

참고로 일본에는 한국식 국수가 없다. 냉면도 있지만 모리오카(盛岡)나 벳푸(別府) 등 일부 지역과 야키니쿠집에서 사이드 메뉴로 취급되는 정도다. 우리가 냉면을 즐기듯 그들은 모리·자루·붓카케와 함께 여름을 난다. 

소바 전문점(そば処)에 가면 '쥬와리(十割:메밀100%)' '니하치(二八:메밀80%)'·3색·수타 같은 다양한 면과 '토로로(마죽)'·코로케·청어 등 이채로운 토핑을 맛볼 수 있다. 

하절기가 되면 시중 편의점들이 앞 다퉈 소바 벤토를 출시한다. 특히 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로슨(LAWSON) 등 대형 체인조직 간 자존심 경쟁이 치열하다. 가격은 300엔대가 대부분이고, 유부초밥이 들어가면 400엔대 중후반이 된다. 

순위 매기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블로그 등을 통해 편의점 소바를 비교한 결과를 보면 대체적으로 로슨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편의점 소바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레벨이 높고 파 하나를 써는데도 정성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다. 

로슨은 닛케이(日経)그룹사 TRENDY NET이 2015년 1월 실시한 편의점 대형3사의 따뜻한 소바 비교 평가에서도 여유롭게 1위를 차지했다. 미각분석 테스트와 프로심사원 4명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이니 인정해도 좋을 것 같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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