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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맥주 아닌 맥주, 발포주와 경제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7.07.04 12:12:17
[프라임경제] 최근 국내 맥주시장의 관심이 저렴한 가격의 '발포주'에 쏠리고 있습니다. 가성비를 앞세워 침체된 국내 맥주 시장의 성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인데요. 저렴한 가격의 발포주가 국내에서 성공을 거둘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발포주란 맥주의 높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맥주의 기준인 맥아 사용량을 줄인 유사맥주를 말합니다. 보통 일본 맥주의 맥아 사용 기준은 67%인데, 맥아 비율을 67% 미만으로 제조한 것이죠. 

맥주의 맥아 사용량을 줄이면 세금은 줄일 수가 있지만 맛도 줄어들기 마련이죠. 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너무 높다보니 유사맥주인 발포주가 일본의 맥주시장을 상당한 규모로 점령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다양한 발포주. = 추민선 기자


발포주는 원가절감과 세금절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맛은 맥주맛과 유사한데요. 일본은 과거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가격이 저렴한 발포주 소비가 늘어났습니다. 

실제 일본에서는 '집에서는 발포주, 밖에서는 맥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500ml 기준으로 100엔대에 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물 정도의 가격을 들여 맥주를 마실 수 있기에 발포주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는 이유죠. 

국내에서도 발포주가 출시되면서 맥주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맥아가 10% 이상이면 맥주로 분류됩니다. 

여기에 더 맥아비율을 낮춘 '발포주'는 맥아 함량이 10% 미만입니다. 주세법상 맥주가 아니라 '기타주류'에 속하기 때문에 세율이 30%로 맥주의 72%보다 절반 이상 낮아 그만큼 소비자 가격도 저렴하죠. 

지난 4월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발포주 '필라이트'의 경우 낮은 세금 덕에 12캔에 만원'이라는 가격 책정이 가능한 것이죠. 필라이트는 출시 20일 만에 완판됐는데요. 소비자들이 새로운 카테고리인 발포주와 가성비에 주목하면서 필라이트의 인기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하이트진로의 주가 역시 꾸준히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 4월3일(종가기준) 하이트진로의 주가는 20400원에서 3일(종가기준) 2만3350원을 기록하며 약 14% 상승했는데요. 일본에서 크게 성장한 발포주 시장이 국내에도 흥행을 거둘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발포주 출시가 국내의 어려운 가계경제를 뜻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반응도 나오는데요. 

올 들어 국내 주요 은행들의 가계부채는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월과 2월, 두 달 연속 3조원 가까이 감소하며 497조원까지 떨어졌던 5대 은행의 가계부채 잔액은 3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반전했죠.

또한 소비자물가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데요. 달걀, 닭고기 상승과 식품 등을 포함한 생활물가가 2.5%(5월 기준) 뛰어오르면서 서민들은 지출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짜 맥주'가 아닌 맥주맛을 느낄 수 있는 발포주가 소비자들의 외면이 아닌 관심을 받는 지금, 어쩌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국내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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