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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정리 거자필반] 임원이 모자라…'정체불명 위원회' 해고 결정은 정당?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7.06 11:05:08
[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會者定離), 헤어진 사람은 또다시 만나게 마련입니다(去者必反).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 방안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용자 주장: 우리는 음료와 주류를 생산, 유통하는 회사입니다.

이번 일은 영업파트, 그중에서도 운전직으로 입사해 근무해온 A씨가 일으킨 '음주 문제'인데요. A씨는 회사 차량을 몰고 퇴근하던 중 사고를 냈는데, 경찰의 채혈 조사로 결국 면허 취소를 당했습니다.

운전직으로 들어온 사람이 면허 취소라니, 회사에 누가 되는 것도 정도가 있는 게 아닌가요? 그리고 우리 회사 내규가 바뀌어서 과거와 달리 음주 운전에는 무관용 원칙인데요.

물론, A씨 주장대로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하도록 발령내는 게 가능은 할 겁니다. 이론상으로는 말이죠. 그런데 우리도 조직인데, 능력 등 업무적합도를 갖추고 상황에 맞는 발령을 내는 게 순리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영업파트로 들어온 사람들은 대개 다른 부서(특히 내근)로 가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고요. 그래서 영업에서 다른 쪽으로 넘어가는 사례는 그야말로 영업 대 비영업 간 맞바꾸기 즉 1:1 인원 트레이드 희망자들이 맞아떨어지는 경우 외엔 없다시피 합니다. 

아니면 오래 근무했고 산재 등으로 더 이상 밖으로 돌기 어려운 경우에 일종의 공로 발령을 하는 특이 케이스인데, 어느 경우에도 A씨는 해당 사항이 없지요.

그래서 남은 방법은 일을 할 수 없는 A씨를 부득이 해고하는 것이고요.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고 판단을 할 때 부문별 총괄 간부가 모두 모인 '전사위원회'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을 갖고 꼬투리를 잡는 모양인데, 당시 영업총괄이 공석이라 그냥 부서장을 넣어 '징계위원회'를 따로 연 것이고요. 

그런데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이걸 부당해고라 하니, 우리로서는 그냥 앉혀놓고 급여를 주라는 건지 답답합니다.

근로자 주장: 앞서 회사에서는 강화된 지침이 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일선에서는 이런 내용에 대해 교육을 받은 바가 없습니다.

아울러 이 강화 지침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에서도 합의를 해준 바가 없다고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노조의 증언을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2년 이상 면허 취소를 당했는데도 해고 징계를 받지 않은 사람도 몇 있다고요. 제가 아는 것만 해도 3명이나 됩니다. 그래서 최대 3개월 정직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덜컥 해고까지 하다니 심한 게 아닌가요?

무엇보다 인사규칙에 해고 등 징계는 각 부문 총괄 임원이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신중히 판단하도록 돼 있는데요. 영업총괄, 생산총괄, 관리총괄 이런 분들이 모두 모인 것도 아니고, 우리 영업에서는 부문장만 들어간 회의에서 이렇게 정해도 되나요? 

-중앙노동위원회 중앙2017부해183 사건을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회사에서 이미 여러 번 무관용 원칙을 세우고, 이에 따라 중징계를 한 것은 기록상 지난 2년여에서 누차 발견됩니다. A씨가 주장한 일부 사례는 그야말로 회사가 제대로 문제를 발견해 징계를 하지 못한 사각지대의 특이 케이스인 것이지, '대체로 정직 3개월을 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할 정도의 '관행'은 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서 초심 판단을 한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한 해고 조치로 판단하고, 다시 사안을 다루게 된 중앙노동위원회도 회사의 재심 요청을 기각한 것은 바로 '절차의 정의'가 이런 사정에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법원에서는 행정 분쟁은 물론, 노동 사건에서도 정해진 절차를 준수할 것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또는 이에 근거를 둔 징계규정에서 징계절차를 규정한 것은 징계권의 공정한 행사를 확보하고 징계제도의 합리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인 바, 이러한 절차를 위반해 해고를 했다면 징계사유가 인정되는 여부에 관계없이 절차에 있어서의 정의에 반하는 사례로 무효(대법원 1991.7.9 선고 90다8077 판결)"라고 한 게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불황이다 보니,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을 장기간 자리에 방치하는 등 온정을 베풀기는 물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환 배치 등 여러 방안이 있는데, 곧이곧대로 '운전을 못할 조건이면 애초 우리 회사에 뽑힐 자격도 없었다'는 식으로 냉정하고 기계적으로만 판단할 것인지도 선뜻 동의하기 힘듭니다. 

이렇게 다양한 의견들이 엇갈릴 때, 마지막 보루로 기능을 할 수 있는 게 '우리가 미리 합의한, 최상의 절차를 준수해 판단하자'는 것인데요. 이 회사로서는 새 영업총괄이 올 때까지 절차를 미뤄두거나, 적어도 부문장을 임시로 총괄로 발령내는 등의 방법으로 당초의 전사위원회 구성을 할 방법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해고 결정한 것이죠. 

밉다고 혹은 회사 사정이 안 좋다고 기타 여러 이유로 '답을 미리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판단하는 일만큼은 막는 게 '절차의 정의'이고, 이것에 어긋나면 겉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여도 '부당한 해고'라는 기준을 제시한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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