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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야생동물 구조 신고, 어디로?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7.07.07 16:58:35
[프라임경제] 지난 주말, 경상북도 청송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설렘도 가득했는데요. 역시나 여행은 새로운 활력을 주기에 충분하네요. 더욱이 여행 중 만난 뜻밖의 인연에 새삼 생명의 소중함도 느끼는 시간이 됐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이라는 의미를 비로서야 알게 되는 계기였다고나 할까요.

불교에서는 인연을 원인을 도와 결과를 낳게 하는 작용이라고 합니다. 가령 상추를 기를 때 '상추씨'가 있어야 되는데 이것을 '인', 상추가 싹이 나서 자라기 위해 물과 염분과 햇볕이 필요한데 이를 '연'이라고 합니다. 

다시 본 얘기로 되돌아와 청송, 주왕산 주왕굴 앞에서 만난 인연은 필자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했는데요. 그 주인공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꽃사슴'이었습니다.

어미를 잃고 상처 입은 어린 꽃사슴. = 추민선 기자


주왕굴 앞에서 처음 만난 어린 꽃사슴은 야생동물을 직접 만났다는 신기함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곧 사슴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어미를 잃은 듯 계속 울부짖고 있었는데, 비틀거리며 쓰러진 사슴은 다시 일어서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또한 아기 꽃사슴 몸에는 상처가 난 듯 파리들이 달려들었는데요. 상태가 좋지 않음을 인지한 필자는 꽃사슴을 구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야생동물 구조 신청 경험이 없던 제게 가장 큰 난관은 '어디에 신고를 해야 하는가'였습니다. 더 이상 울 힘도 없는지 울음을 그친 어린 사슴이 비틀거리며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자니 더욱 급한 맘이 들었죠. 

처음 구조신청을 구한 곳은 주왕산 국립공원이었습니다. 주말인지라 전화연결이 되지 않아 야생동물구조센터를 부랴부랴 검색했는데요. 그러나 곧 다른 곳에 구조를 요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별로 너무나 많은 야생동물구조센터 지점이 검색됐기 때문입니다. 청송을 처음 방문해 정확한 지역을 알 수 없었을 뿐더러 다급한 마음이 앞서 탓에 수많은 센터 중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던 것이죠. 

결국 구조를 요청한 곳은 119였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구조를 요청했지만, 119는 청송군청으로 전화를 연결해줬습니다. 몇 번의 신호음이 들린 후 담당자와 통화를 할 수 있었지만, 필자의 핸드폰 번호로 위치를 물어오는 구조대의 연락은 현재까지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구조는 요청했지만, 계속해서 깊은 산속으로 숨어드는 꽃사슴을 지켜볼 수 없어 결국 근처에 있는 주왕암 주지스님께 사정을 말하고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주지스님은 기꺼이 하던 일을 멈추고 아기 꽃사슴 구조에 동참했는데요. 스님 품에 안겨 나오는 꽃사슴을 보고나서야 발길을 되돌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 어린 꽃사슴은 주지스님과 주변 분들의 사랑으로 건강을 되찾았겠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어린 꽃사슴의 목소리를 지나치지 않은 결과겠죠. 또한 어린 사슴과 인연이 필자와 어떻게 이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근처의 암자 덕분에 빠른 구조가 가능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데요. 야생동물을 위한 야생동물센터의 통합관리 센터의 부재가 바로 그것입니다. 누구나 야생동물을 마주칠 수 있고, 그들의 구조요청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용이한 구조요청 시스템으로의 개선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흔히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다고 하죠. 이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적용되는 경우인 만큼 야생동물 역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 시스템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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